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비명(비이재명)계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지사와 만났다. 지난주 공직선거법 1심 징역형에 이어 25일 위증교사 선고까지 앞둔 상황에서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차원이다.
이날 만남은 이 대표 측이 먼저 요청해 성사됐다. 민생 행보 차원에서 전통시장 방문 아이디어가 나왔고, 마침 이 대표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가 낙점됐다. 만남이 성사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 대표 측은 이번 주 초 김 지사 측에 동행을 요청했지만, 김 지사 측이 일정을 조율하느라 답이 미뤄지면서 이날 오전에서야 극적으로 확정됐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6월 김 지사가 경기도 경제 현안 관련 법안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지 5개월 만이다.
어렵사리 만난 두 사람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경기 수원 못골종합시장에 먼저 나와 있던 김 지사는 이 대표의 차량이 도착하자 직접 마중을 나가 악수를 건넸다. 김 지사는 "이 대표가 (재판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민생을 위해 (수원을) 방문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도 했다. 호떡 등 간식을 나눠 먹기도 한 두 사람은 시장을 한 바퀴 돌며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두 사람은 특히 민생 경제를 고리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것으로 대동단결했다.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동네에 돈이 돌게 해주는 게 정부의 의무인데 현 정부에선 그런 정책들이 다 사라진 것 같다"고 성토했다. 그러자 김 지사는 "윤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고 했는데,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달나라 대통령인지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대통령 비판을 거들었다.
이 대표의 정책 트레이드마크인 '지역화폐'로도 뭉쳤다. 골목상권 살리기 차원에서 지역화폐 유용성을 강조한 이 대표는 "민주당이 죽어라 싸워 상임위에서 2조 원을 증액했는데 여당과 정부는 존중하지 않는다"며 "대리인이 뜻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주인이 나서 혼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김 지사는 경기도는 내년도 지역 화폐 3조5,000억 원을 발행할 계획이라며 "경기도는 굳건하게 이어가고 있다"고 호응했다.
이날 한목소리로 원팀을 외친 두 사람이지만, '전략적 제휴'가 오래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당장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을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중형을 선고받게 되면 민주당 내부 동요가 거세지면서 이 대표의 입지가 출렁일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이 대표의 '경쟁자'로서 김 지사 존재감이 부각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른 당내 권력 구도 재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가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그 말을 뒤집어보면 '언젠가는 김동연의 시간은 온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양측 공히 당분간은 단일대오를 유지하는 데 주력할 분위기다. 김 지사 측은 "지금은 이재명체제가 강건히 유지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조기에 대립각이 형성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 대표도 25일 선고 다음 날에도 민생연석회의를 개최하는 등 '수권 리더십'을 다져가며 자칫 흔들릴 수 있는 당내 동요를 다독여 나간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