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채업자로부터 협박을 당하다 여섯 살 딸을 두고 숨진 30대 싱글맘 사건과 관련, 해당 사채업자가 피해자 동료에게도 협박과 욕설을 일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채업자는 피해자의 민감한 정보를 주변에 알리거나 지인들의 신상정보를 캐내 악용하기도 했다.
21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사망한 30대 여성 A씨의 동료 B씨는 지난 18일 서울 종암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사채업자와의 통화 녹취를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B씨는 올해 9월 9일 A씨가 돈을 빌린 사채업자 C씨의 전화를 받았다. A씨 사망(9월 22일) 약 2주 전이다. C씨는 A씨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B씨에게 대신 연락할 것을 종용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C씨는 "일주일 전에 돈을 빌린 A씨가 오늘이 상환 날인데도 잠수를 타고 있으니 연락을 하라고 전하라"고 강요했다. B씨가 자신의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C씨는 "A씨가 여러 명의 개인정보를 적어줬으니 (A씨를) 고소하라"고도 했다. A씨에게 돈을 빌려주며 유사시 악용할 지인의 연락처를 받는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
B씨가 "내가 전달할 의무가 있는 것이냐"며 거절하자 C씨는 B씨 신상정보까지 거론하며 "그냥 전달하라고 XXX아" "에이즈 걸린 XXX아" 등 욕설을 쏟아냈다. "너는 안 되겠다 XXX아 있어봐라" 등 금방이라도 찾아갈 것처럼 위협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B씨는 해당 대부업체로부터 'A씨가 낙태를 하기 위해 돈을 빌렸다' '아버지 명의로 대출을 받았다' '동료들의 개인정보를 중국 보이스피싱 유명 업체에 넘겼다' 등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비방 문자를 받았다. 이 업체는 A씨가 차용증을 들고 찍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했다며 주변에 알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두 A씨에게 압박을 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정된다.
A씨는 이 대부업체로부터 수십만 원가량의 돈을 빌렸는데, 높은 이자율 탓에 한 달도 되지 않아 원리금이 1,000만 원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사채업자들은 A씨 가족과 지인, 딸이 다니는 유치원 선생님에게 욕설이 담긴 문자를 보내고, 유치원에 전화해 아이를 보러 가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A씨 지인에게까지 협박·폭언을 한 사실이 이번에 드러난 것이다. 이렇게 시달리던 A씨는 9월 22일 전북 완주시 한 펜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본보와 인터뷰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던 A씨는 아이가 아프면 일을 하다가도 집으로 돌아가곤 할 정도로 바쁘게 살았던 사람"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경찰의 늑장 수사 비판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B씨는 C씨의 협박 전화를 받고 곧바로 A씨가 처한 상황에 대해 경찰에 신고했으나, 한 달여가 지나서야 정식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사 부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대응이 늦어졌다고 해명하며 "(수사 지연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앞으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