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순방 전 대국민담화·기자회견에서 인사 개편을 위한 검증에 들어갔다고 밝힌 만큼 내각과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인선 작업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쇄신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 인사다.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을 헤쳐나갈 국정동력 마련을 위해서라도 임기 후반기 첫 인사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통령실 주변에선 개각 규모와 관련해 정부 출범부터 함께해온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수 장관들을 포함해 중폭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총리 교체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부담스럽지만, 쇄신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카드로 보인다. 벌써부터 전·현직 의원 등 여권 중진 인사들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명되고 있다. 국회 인준에 필요한 야당 동의를 감안한 것이겠으나, 친윤 색채가 다분한 이런 인사들로 국정 기조 변화와 쇄신을 기대하는 국민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실 인적 개편도 빠뜨려선 안 된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원인으로 김건희 여사 문제가 첫손에 꼽힌다. 여당 대표까지 요구한 김 여사 라인 인사들에 대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개각을 포함한 인사 개편 취지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음주운전 징계를 받고 대통령실에 복귀한 선임행정관에 대한 조치로 매듭지을 일이 아니다. 대통령에게 질문한 기자를 무례하다고 비판했다가 이틀 만에 사과한 홍철호 정무수석 행동에서 보듯, 대통령의 동떨어진 현실 인식에는 대통령실 참모들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개각과 대통령실 인적 쇄신은 임기 전반기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해야 한다. 취임 초부터 비판받아온 '서오남' '서육남' (서울대 출신 50·60대 남성) 중심의 발탁과 "써 본 사람만 쓴다"는 식의 편협한 인사를 반복해선 안 된다. 임기 후반기 주요 국정 목표로 제시한 '양극화 타개' 등 현안 해결을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윤 대통령부터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거국 내각까지 염두에 두고 개방적이고 과감한 인사를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