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이완규 법제처장은 최근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세 번째 통과한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에 대해 "법률가로서 말하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필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야당이 '수사기관을 신뢰할 수 없으니 특검을 하자'는 주장은 할 수 있지만, 위헌 요소가 담긴 법률안이 실제 시행되는 선례를 남기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는 설명이다. 이 법제처장은 "정부가 법안에서 위헌이라고 반복 지적한 부분이 오히려 계속 가중됐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의결할 전망이다.
이 법제처장은 현 정부 출범 때부터 함께한 '원년 멤버'다.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윤석열 검찰총장 정직 사건' 땐 직접 변호를 맡는 등 친분이 깊다. 이 법제처장은 지난 10일 임기 반환점을 맞은 윤석열 정부의 성과에 대해 "큰 방향성을 잘 잡았다"면서도 "국민 피부에 와닿는 세부 성과와 소통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임기 후반기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리더십에 대해서는 직접 전면에 나서는 '항우형'보다는 큰 그림을 관조하며 소통에 방점을 찍는 '유방형'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김 여사 특검법을 평가하면.
"결정적인 문제는 특별검사를 실질적으로 야권에서 추천하는 형태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임명권을 침해해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 고발인(야권)이 특검까지 정하는 건 '적법절차의 법리'에도 어긋난다. 헌법 수호의 책무를 가진 대통령으로서는 거부권 행사가 당연하다. 이를 두고 마냥 '국회 입법권 침해'를 주장하는 건 맞지 않다."
-윤석열 정부 임기 절반을 넘어섰는데.
"국방과 외교, 기업의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자유시장 경제 방향, 4+1 개혁 등 큰 방향성이 잘 설정됐다. 다만 역대 정부에서도 그랬듯 쉬운 과제들이 아니다 보니 국민 피부에 와닿는 성과와 소통은 다소 충분치 못했다. 집권 후반기에는 구체적인 성과가 날 테니, 실제 개혁 진척 상황을 잘 홍보하고 부처 소통도 늘려 개혁 추진에 대한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그간 법제처의 주요 성과를 꼽는다면.
"법률 소관 부처들과 민생 경제 회복을 입법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며 국정과제 및 민생토론회 후속 법안 420건을 제출했고 그중 278건이 국회를 통과했다. '만 나이 통일법' 통과에 각별히 관심을 쏟았고, 특히 청소년에게 속아 술·담배를 판 '선량한 영업자'의 피해를 줄이고 보호하기 위해 관계 부처들과 여러 법안을 정비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주요 국정과제와 관련한 입법은 더딘데.
"앞서 21대 국회에서도 꼭 필요한 법안이 정쟁에 휘말려 폐기된 경우가 많았다. 다만 야당 협조 부족만 핑계로 대는 건 적절치 않다. 여야의 '정책적 이견'을 좁히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정부·여당은 소득세법, 조세특례제한법, 정부조직법, 고준위법, 인공지능(AI)법의 필요성이 크다고 느끼지만 야당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이 같은 차이를 좁히는 국회의 '용광로' 역할이 중요하다."
-입법 대신 '시행령' 개정에 집중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의 입법 협조가 녹록잖은 상황이어도 법안 통과를 기다리며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법률 개정으로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는 이룰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일정 범위 내 필요한 행정 조치를 신속하게 할 수 있다. 다만 부적절한 '시행령 정치'라는 비판엔 동의하지 못한다. 내 재임 중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시행령 개정은 단언컨대 하나도 없었다."
-윤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은.
"'초한지'로 비유하면 전반기 대통령은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 직접 모든 전투에 나서는 '항우' 같았다. 그간 정책 방향을 잘 잡아 굴러가기 시작했고, 하반기엔 성과도 많을 것이다. 앞으로는 참모들에게 정책 수행을 적절히 맡기고 민심 청취에 집중하는 '유방' 같은 리더십을 보여줘도 좋을 것 같다. 그럼 야당과의 협치나 여당과의 대화도 더 넓은 시야로 볼 수 있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