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대중 MFN 철회, 파멸적 '신냉전'의 신호탄 된다

입력
2024.11.22 04:30
15면
'트럼프 2.0' 시대를 전망한다-⑤새로운 중국 봉쇄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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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현실화되면서 미중 관계의 근본적 변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의 대중 정책은 양국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글로벌 질서에 새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통상 정책, 첨단기술 패권 경쟁, 대만 문제 등에서의 강경한 접근은 중국 맞대응을 초래, 한반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선거 캠페인에서 중국에 대한 전례 없는 경제적 제재를 공언했다.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선언했다. 첫 임기 동안 부과했던 25% 관세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트럼프 캠프는 이를 미국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필수 조치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관세 정책의 실현 가능성은 높다. 실제로 트럼프는 첫 임기에서 통상법 301조와 국가안보를 근거로 한 232조를 활용하여 의회 승인 없이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을 성공적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고율 관세의 부정적 파급 효과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공급망에 심각한 혼란이 불가피하며, 중국 중심의 글로벌 제조업 네트워크가 근본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단순한 생산 기지 이전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재구성을 의미한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소비자 물가 상승과 기업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제품, 의류, 생활용품 등 중국산 제품 비중이 높은 품목에서 가격 상승 압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제조업 일자리 회복을 목표로 하는 정책이지만, 무역 축소로 인한 경제 활동 위축이 오히려 더 큰 고용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 철회 가능성

트럼프가 공언한 중국의 최혜국 대우(MFN) 지위 철회가 실현될지 여부도 관심이다. 만약 실현된다면, 단순한 관세 정책 변경을 넘어서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1979년 이후 지속된 미중 경제 관계의 근본적 재정립을 의미하며, 중국 측에서는 실질적 미중 '디커플링'의 시작점으로 해석할 것이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대중국 견제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AI 칩과 클라우드 서비스는 미국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차단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를 늦추는 데 단기간 기여할 것으로 분석되지만, 향후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더욱 격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만 정책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압박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다. 트럼프의 거래중심적 세계관과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대만에 대한 예측 불가능한 정책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트럼프는 대만의 국방예산을 GDP의 10% 수준으로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미국의 방위 지원을 '보험 회사'에 비유하며 대만의 부담을 강조했다. 트럼프 첫 임기 중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규모가 180억 달러에 달했던 걸 감안하면, 다양한 형태로 안보 비용을 대만에 전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 반도체에 관세 부과를 시사하는 등 경제적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대만에 대한 지원이 지속되더라도 관계의 불확실성이 대만의 전략적 입지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트럼프의 변칙적 대만 정책에 말려들기보다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국내 지지 기반을 약화시키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는 새로운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맞대응 카드는?

미중 관계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챙기는 주요 사안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2.0 행정부 압박에 대한 중국의 대응을 예측하려면, 시진핑의 ‘미국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2년 전, 시진핑이 권력을 잡은 시기는 ‘아랍의 봄’으로 인해 중국이 체제 안정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던 시점이었다.

이 시기에 시진핑은 푸틴과 빈번히 소통하며 미국의 '레짐 체인지' 의도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오늘날 시진핑의 대미 인식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시진핑이 트럼프 2기의 압박에 수동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트럼프 1기를 이미 경험한 중국의 보복 조치는 과거보다 더욱 전략적이고 정교해질 가능성이 크다. 첫째, 미국 농산물 수입 축소 가능성이 높다. 2023년, 중국의 대미 농산물 수입은 24% 감소했으며, 이는 트럼프의 주요 지지 기반인 농업 주(州)를 겨냥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중국 내 미국 기업들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외국 기업들에 대한 조사, 벌금, 영업 제한 등을 늘리는 방식으로, 애플과 테슬라처럼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24년 초 애플의 중국 내 판매는 24% 감소했으며, 테슬라의 출하량도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중국은 미국과의 경제적 경쟁에서 자립을 강화하며 미국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하고 있다. 2027년까지 미국 기술 의존도를 대폭 줄이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설정한 중국은 반도체, 인공지능(AI), 신에너지 등 핵심 산업에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쌍순환(雙循環)’ 전략을 통해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고 대외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한반도의 경제·안보 딜레마

트럼프 2기의 대중국 봉쇄 정책은 한반도 경제·안보 정세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중 무역 갈등의 심화로 한국의 수출이 최대 448억 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으며, 골드만삭스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1%p 하락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업별로는 반도체, 자동차, 철강 산업이 주요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트럼프 당선자가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대중국 수출 통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된 미중 갈등으로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맞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배터리 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강화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 시장점유율 확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높은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는 공급망 다변화라는 과제를 남긴다. 철강 산업은 보편적 관세 정책으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며, 미중 갈등이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확대하고 글로벌 금융 불안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과 금융 당국은 시장 안정화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때문에 경제안보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요구된다. 2021년 경제, 외교, 안보부처 장관들이 참여하는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비상설로 출범시킨 바 있는데, 이 기능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원을 조율하는 '반도체 생태계 펀드' 등의 활성화와 함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지원을 단일 창구로 논의하는 프로그램도 요구된다. 재외공관에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구축하여 해외발 공급망 교란에 대비하고 있으나 이것을 구체적으로 운영함에 있어 민첩성을 더욱 기해야 한다.

한국은 미중 양국의 복잡성과 실질적 정책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실용적이고 유연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미중 갈등의 영향을 받는 수동적 위치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새로운 국제 질서를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중견국 외교를 펼쳐야 한다. 트럼프 재집권의 위험성을 직시하면서도 과도한 비관을 경계하고 기회 요소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트럼프 시즌 2’의 예측을 넘어, 4년 후 ‘포스트 트럼프 시대’에 글로벌 질서가 어떤 변화와 재편을 가져올지 창조적이고 대담한 상상을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는 한국이 과거에 잘 시도하지 않았던 영역으로, 쉽지 않은 도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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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현 하버드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