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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 트로피만 5차례 손에 쥐었다. 후보에는 54차례나 올랐다. 화려한 이력이지만 이 정도 수식으로는 그의 업적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그가 참여한 영화들을 살펴보자. ’다~다, 다~다‘로 시작하는 ’죠스‘ 음악은 누구나 들어봤을 듯하다. ’옛날 옛적 머나먼 은하계에서‘라는 문구로 스크린을 여는 ’스타워즈‘ 시리즈는 어떤가. 광대한 우주에서 펼쳐지는 서사를 품은 듯한 음악에 누구나 익숙할 것이다.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흔든 ’쉰들러 리스트‘의 선율이 뇌리에 남아있는 이도 적지 않을 듯하다. 모두 존 윌리엄스(92) 한 사람에게서 나온 결과물들이다.
다큐멘터리 '거장 존 윌리엄스'는 윌리엄스의 음악 인생을 돌아본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음악에 둘러싸였다. 아버지는 드럼연주자로 자식들에게 음악을 이식했다. 야구에 관심이 있었던 윌리엄스에게 가혹하다 싶게 피아노 연습을 시켰다. 윌리엄스는 음악에 빠져들었고, 자연스레 진로를 음악으로 일찌감치 정했다.
윌리엄스는 처음에는 연주자로 활동했다. 재즈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알렸다. 영화음악에 입문 후 ‘지붕 위의 바이올린’(1971)으로 오스카 트로피를 품었으나 주류 대접을 받지 못했다. 관현악단을 내세운 그의 음악은 구식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젊은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그를 주목했다. 스필버그는 진정한 영화음악은 관현악에서 나온다고 믿었고, 윌리엄스에게 음악을 의뢰했다. ‘슈가랜드 특급’(1974)이었고, 윌리엄스 신화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조지 루커스 감독에게 윌리엄스를 소개한 이도 스필버그다.
루커스는 당시 윌리엄스를 재즈 피아니스트로만 알고 있었다. 스필버그는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1977)이 정말 대단한 영화가 될 거라고 윌리엄스에게 조언을 했고, 윌리엄스의 음악 인생은 ‘스타워즈’를 도약대 삼아 날아오르게 된다.
윌리엄스의 작업 단짝은 스필버그다. ‘미지와의 조우’(1977)와 ‘이티’(1982),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 ‘쉰들러 리스트’(1993), ‘쥬라기 공원’ 시리즈 등 스필버그의 모든 영화를 함께 했다. 스필버그는 “촬영이 힘들어도 윌리엄스가 영화를 보며 음악을 녹음하는 모습을 보면 즐겁다”고 말한다. 그는 ‘죠스’와 ‘인디애나 존스’ 등에서 음악이 빠진 화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윌리엄스의 음악이 스크린에 영혼을 불어넣어 준다는 걸 실감하는 대목이다.
윌리엄스는 영화음악과 클래식의 경계를 무너뜨린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인생은 음악으로 채울 수 있으나 음악은 인생으로 채울 수 없다”고 말한다. 음악을 위해 살아온 이다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