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구출을 돕는 대가로 '인질 1명당 500만 달러(약 70억 원)'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하마스 내부 분열을 유도해 인질을 구하겠다는 취지이자, 인질 구출에 소극적이라는 자신을 향한 비판을 무마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9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가자지구 북부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부대를 찾은 자리에서 "(가자지구 전쟁의) 교착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 전하는 말"이라며 "인질을 구출하는 이라면 누구든 인질 한 명당 500만 달러를 지급하고 본인과 가족의 (가자) 탈출을 돕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서 납치한 인질 251명 중 97명이 가자에 남아 있으며, 최소 34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TOI는 전했다.
네타냐후 발언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부 간 가자 전쟁 휴전 및 인질 교환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공전하는 상황에서 하마스 대원 스스로가 인질을 풀어주도록 회유하기 위한 카드다. 달리 말하면 내부 배신을 유도하는 메시지인 셈이다. 협상에서 하마스는 줄곧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철수가 이뤄져야 인질을 석방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동시에 경고도 날렸다. 그는 "선택은 당신의 몫이지만 결과는 같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인질을 해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머리에서 피가 흐를 것이고 우리는 당신을 뒤쫓아 잡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과거에도 '인질 구출을 돕는다면 금전적 보상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적이 있다. 그러나 500만 달러라는 거액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최근 고조된 자신을 둘러싼 비판을 희석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많다. 총리실은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협상 타결을 사실상 거부하는 등 강경 노선을 취하는 데 대한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언론을 악용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중동 정세가 완화할 경우 하마스의 침공 대비 실패 등을 이유로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는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의 협상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혹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