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의 그제 국회 답변을 두고 비판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국정쇄신 요구가 분출하는 엄중한 시기에 위기의식은커녕 여전히 민심과 괴리된 인식을 보이는 모습이 개탄스럽다는 얘기다. ‘트럼프와 골프외교를 위해 8년 만에 골프채를 잡았다’는 엉터리 해명 논란을 어설프게 반박하는 모습부터 답답하기 짝이 없다.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LPGA(미 여자프로골프) 100위권 안에 (우리) 여자 선수가 14명이나 있다”는 등 엉뚱한 말만 늘어놓았다.
골프 논란은 윤 대통령이 이달 7일 대국민사과 기자회견 이틀 뒤 골프 친 사실을 언론이 취재하자 대통령실이 골프외교를 위해서라는 희한한 해명을 하면서 되레 불거졌다. 윤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 훨씬 이전인 지난 8월부터 수차례 골프를 쳤다는 게 추가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 무인기가 평양 상공을 침투했다며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킨 다음 날인 10월 12일에도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에선 군에 골프가 금지된 기간 군최고통수권자가 필드에 나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거짓 해명이 논란을 공연히 증폭시킨 셈이다.
기자회견 때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물은 게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는 홍철호 정무수석의 답변이야말로 귀를 의심케 한다. “사과했는데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하듯 ‘뭘 잘못했는데?’라고 하는 태도는 시정해야 한다”며 한 얘기다. 이런 고압적 태도로 어떻게 대통령의 정무를 보좌한다는 건가. 당시 회견 말미에 “마치 사과하지 않아도 될 만한 일인데 바깥에서 시끄러우니 사과하는 것 같다는 오해를 살 것 같다”는 한 기자의 촌평까지 나올 정도였지 않았나.
홍 수석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의혹)도, 디올백(의혹)도, 공정과 상식 선에서 검찰에서 결론냈다”는 주장도 했다. 대통령 골프 취재를 하던 기자가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경찰조사까지 받은 사실에 대해 경호처는 비슷한 경우 계속 사진을 빼앗겠다는 취지의 답변도 했다. 외교 순방 중 실언이 비화한 ‘바이든-날리면’ 사태도 어설픈 해명에서 촉발됐음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실이 민심수습 의지와 소통 능력이 있는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