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와 새출발 위해? 민희진, 하이브 떠난다...어도어 사내이사 사임

입력
2024.11.20 15:09
민희진, 오늘 어도어 사내이사 사임
"더 이상은 시간 낭비라 판단했다"
업계선 민 전 대표와 뉴진스 새출발 관측
뉴진스 "뉴진스 아니라도 네버 다이"

아이돌그룹 뉴진스의 프로듀서인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어도어와 모회사 하이브를 떠나며 법적 분쟁을 예고했다. 2019년 1월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한 지 약 6년 만이다.

20일 민 전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오늘 어도어 사내이사에서 사임한다"면서 "하이브와 체결한 주주간계약도 해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하이브에 주주간계약 위반사항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물으려 한다"며 "하이브와 그 관련자들의 수많은 불법에 대해 필요한 법적 조치를 하나하나 진행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하이브는 지난 8월 민 전 대표를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하고 뉴진스의 프로듀서이자 어도어 사내이사로만 활동할 수 있게 했다.

민 전 대표는 "지난 4월 하이브의 불법 감사로 시작해 7개월 넘게 지속해온 분쟁 속에서도 주주간계약을 지키고 어도어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왔으나 하이브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할 기미도 전혀 없기에 더 이상의 노력은 시간 낭비라는 판단으로 결단하게 됐다"고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민희진 "하이브, 위선적이고 모순적"

지난 4월 하이브에 내부고발 이메일을 보냈던 이유에 대해 "하이브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민 전 대표는 "하이브는 반성은커녕 터무니없는 허위 사실을 꾸며내 부끄러운 불법 감사를 대중에 전시하기까지 하는 전무후무한 어리석은 짓을 감행했다"며 "소수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제게 '경영권 찬탈'이라는 해괴한 프레임을 씌우고 마녀사냥을 하며 대기업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무지하고 비상식적인 공격을 해댔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는 하이브와 갈등이 불거진 이후 하이브를 비롯해 하이브 자회사와 여러 민·형사 소송에 휘말려 있다. 그는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자회사)을 이용해 소송과 트집 잡기, 언론플레이를 통해 자신을 음해하려 한다면서 독소조항으로 가득한 프로듀싱 업무위임계약서를 내미는 위선적이고 모순된 행동을 지속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업무위임계약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R&R(역할과 책임) 협의를 하자고 하면서도 협의 전 포렌식 동의 등 이해할 수 없는 요구사항들이 포함된 비밀유지약정을 운운하며 대면 미팅만을 강요하고 R&R 문서는 제공하지 못하겠다는 이해 불가한 주장을 거듭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민 전 대표가 어도어와 전속계약 분쟁을 벌일 것으로 보이는 뉴진스와 함께 하이브를 떠나 새 출발을 할 것으로 본다. 민 전 대표는 "이 희대의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근 반년 동안 지치지 않고 응원과 지지를 보내 주신 버니즈(뉴진스 팬덤)를 비롯한 많은 분들께 온 마음을 다해 감사함을 전한다"면서 "제가 향후 펼쳐나갈 새로운 K팝 여정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억지 음해 세력과 언론이 있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고 법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희진, 뉴진스와 함께 새출발할까

민 전 대표는 앞서 이달 초 자신이 보유한 어도어 주식에 대한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하이브에 통보하며 본격적인 소송전을 예고했다. 민 전 대표의 어도어 주식 풋옵션 행사 가격은 약 26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면 하이브는 이미 민 전 대표와 주주간계약이 해지됐다고 주장한다.

민 전 대표는 2002년 SM엔터테인먼트에 공채로 입사해 그래픽 디자이너로 출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며 2017년 이사로 고속 승진했으나 2018년 말 퇴사했다. 2019년 브랜드총괄(Chief Brand Officer·CBO)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합류했고 2021년 하이브가 처음 직접 세운 음악 제작 자회사 어도어의 대표를 맡아 뉴진스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다.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떠나면서 뉴진스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민지, 해린, 다니엘, 하니, 혜인 등 뉴진스의 다섯 멤버는 지난 13일 어도어에 내용증명을 전달하며 민 전 대표 복귀 등 자신들의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지난 16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제1회 코리아 그랜드 뮤직어워즈'(KGMA)에선 수상 소감에서 "우리가 언제까지 뉴진스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다섯 명과 버니즈 사이를 방해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해서 끝까지 뭉쳤으면 한다"면서 "뉴진스가 아니더라도 뉴진스는 네버 다이(절대 죽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