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불출 직무공백' 윤석준, 해명은 없고 변명만... 시민단체 "사퇴해야"

입력
2024.11.20 17:00
대구 동구청장 "건강, 수사 영향"
연가·병가 출퇴근 기록 공개거부
"연말까지 호전 안되면 중대 결정"
구의회, 집행부 견제 기능 '낙제점'

1년 가까이 외부에 두문불출하면서 직무 공백 논란을 일으킨 윤석준 대구 동구청장이 공식 사과했으나 해명보다는 변명으로 일관해 사퇴 여론을 키우고 있다. 동구의회는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가 있을 때까지 윤 청장 근태 문제에 소극적으로 일관하면서 집행부 견제라는 의회 본연의 역할에 낙제점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윤 구청장은 20일 구청장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신상의 이유로 동구 주민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동구 행정 책임자로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병명을 밝히진 않았지만 꾸준히 제기돼 온 건강 이상설과 검찰 수사의 영향을 인정했다. 윤 구청장은 "작년부터 편도선이 좋지 않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여러가지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선거캠프의 회계책임자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일부 영향이 있었다"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이 요구한 연가·병가 사용과 출퇴근 기록 등 정보공개 요구는 사실상 거부하면서 사태의 핵심을 비켜갔다. 공직자이지만 해당 내역은 사생활의 영역에 포함돼 공개하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동구 관계자는 "법원 판례에서는 구청장이라 할지라도 연가·공가·병가 등 내역은 사생활의 영역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구청장은 일각의 사퇴 요구를 의식한 듯 "현재 몸 상태가 70%까지 회복됐다"며 "빨리 건강을 회복해 구민들의 걱정을 덜고, 만약 호전이 되지 않아 짐이 될 것 같다면 올 연말까지 중요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결정이 사퇴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윤 구청장의 근태 문제는 지난해 연말쯤부터 지역 내 주요 행사와 회의 등에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출근하지 않는 날이 많아졌고, 출근해도 1, 2시간 자리를 지킨 후 모습을 감췄다. 동구가 내놓는 '동정'에 정작 구청장이 없어 '구청장 없는 동정 자료'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윤 구청장은 지난 6월 관내 신암선열공원에서 열린 현충일 추념식에도 불참했고, 지난 7월 집중호우 당시 동촌유원지 상가 일대 침수 피해 현장을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인들의 원성을 샀다. 윤 구청장이 피해 현장을 조용히 찾았다는 해명이 나오기도 했지만, 정작 지역 주민들은 현황을 점검하고 상황을 챙기는 등 조치가 부족했다고 입을 모았다.

구의회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최근 동구 의회는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구청장의 출퇴근 기록 등을 요구하는 모양새는 갖췄으나 그동안 본회의도 불참하는 윤 구청장에 대해 의회 차원의 공식적인 대책 마련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동구 주민 김모(45)씨는 “구청장이 지역민들의 생활상을 직접 체감하고 민심을 듣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의회는 그동안 뭘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구참여연대와 대구경실련은 "구청장은 일반 개인이 아니고 선출직 공직자임에도 직무수행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사실을 감추기에 급급한 태도가 의심을 더욱 증폭시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몸이 아픈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정도라면 하루 빨리 사퇴하는 것이 맞다"며 "구정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몫"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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