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가까이 외부에 두문불출하면서 직무 공백 논란을 일으킨 윤석준 대구 동구청장이 공식 사과했으나 해명보다는 변명으로 일관해 사퇴 여론을 키우고 있다. 동구의회는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가 있을 때까지 윤 청장 근태 문제에 소극적으로 일관하면서 집행부 견제라는 의회 본연의 역할에 낙제점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윤 구청장은 20일 구청장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신상의 이유로 동구 주민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동구 행정 책임자로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병명을 밝히진 않았지만 꾸준히 제기돼 온 건강 이상설과 검찰 수사의 영향을 인정했다. 윤 구청장은 "작년부터 편도선이 좋지 않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여러가지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선거캠프의 회계책임자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일부 영향이 있었다"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이 요구한 연가·병가 사용과 출퇴근 기록 등 정보공개 요구는 사실상 거부하면서 사태의 핵심을 비켜갔다. 공직자이지만 해당 내역은 사생활의 영역에 포함돼 공개하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동구 관계자는 "법원 판례에서는 구청장이라 할지라도 연가·공가·병가 등 내역은 사생활의 영역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구청장은 일각의 사퇴 요구를 의식한 듯 "현재 몸 상태가 70%까지 회복됐다"며 "빨리 건강을 회복해 구민들의 걱정을 덜고, 만약 호전이 되지 않아 짐이 될 것 같다면 올 연말까지 중요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결정이 사퇴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윤 구청장의 근태 문제는 지난해 연말쯤부터 지역 내 주요 행사와 회의 등에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출근하지 않는 날이 많아졌고, 출근해도 1, 2시간 자리를 지킨 후 모습을 감췄다. 동구가 내놓는 '동정'에 정작 구청장이 없어 '구청장 없는 동정 자료'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윤 구청장은 지난 6월 관내 신암선열공원에서 열린 현충일 추념식에도 불참했고, 지난 7월 집중호우 당시 동촌유원지 상가 일대 침수 피해 현장을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인들의 원성을 샀다. 윤 구청장이 피해 현장을 조용히 찾았다는 해명이 나오기도 했지만, 정작 지역 주민들은 현황을 점검하고 상황을 챙기는 등 조치가 부족했다고 입을 모았다.
구의회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최근 동구 의회는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구청장의 출퇴근 기록 등을 요구하는 모양새는 갖췄으나 그동안 본회의도 불참하는 윤 구청장에 대해 의회 차원의 공식적인 대책 마련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동구 주민 김모(45)씨는 “구청장이 지역민들의 생활상을 직접 체감하고 민심을 듣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의회는 그동안 뭘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구참여연대와 대구경실련은 "구청장은 일반 개인이 아니고 선출직 공직자임에도 직무수행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사실을 감추기에 급급한 태도가 의심을 더욱 증폭시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몸이 아픈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정도라면 하루 빨리 사퇴하는 것이 맞다"며 "구정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몫"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