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작가의 작품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서가 있습니다. 저도 움직였고, 배우들도 그 정서를 연기했습니다."
20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열린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2024'. 드라마 '조명가게'로 처음 연출에 도전한 배우 김희원은 강풀의 웹툰이 디즈니에서 두 번째로 드라마로 제작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강풀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무빙'은 지난해 디즈니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디즈니플러스 최다 시청 드라마 1위(미국 외 지역)에 올랐다. 2021년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진출 이후 가장 큰 성과였다. '무빙' 성공 이후 디즈니는 강풀 웹툰 '조명가게'(2011)도 드라마로 제작했다. 강풀은 두 드라마의 극본을 썼다.
다음 달 4일 공개를 앞둔 '조명가게'는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조명가게에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다. 강풀은 "한국에선 호러 장르가 드라마로 나온 경우가 흔하지 않아서 시청자들이 어떻게 바라볼까 부담도 됐다"면서도 "재미있어서 자신 있다"고 말했다. 원작 웹툰은 누적 조회수가 1억5,000뷰가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강풀은 '무빙'에서 정원고등학교 담임 선생님 최일환 역을 맡았던 김희원에게 먼저 '조명가게' 연출을 제안했다. 강풀은 "'조명가게' 세계관이 난해하기도 한데 김희원이 누구보다 잘 이해했고,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감탄했다"고 설명했다. '조명가게'에는 주지훈, 박보영, 김설현, 배성우 등이 출연한다.
디즈니는 올해 한국 제작 드라마 중 최대 기대작인 '조명가게'를 '특별대우'했다. 디즈니와 마블, 21세기폭스, 픽사 등 디즈니 산하 콘텐츠 회사들이 올해 말과 내년에 전 세계에 공개하는 영화와 오리지널 콘텐츠를 발표한 20일 쇼케이스 행사에서 '조명가게'에만 1시간 동안의 별도의 시사회와 기자간담회 기회를 줬다. 행사에는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국의 언론인 400여 명이 참석했다.
'조명가게'가 정체기에 빠진 디즈니플러스에 활력을 불어넣을지도 관심사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 이용자 수 5위인 디즈니플러스는 '무빙' 이후 큰 흥행작이 없다. 디즈니플러스와 넷플릭스가 최대 기대작을 모두 연말에 공개하면서 경쟁도 예상된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2'를 다음 달 26일 공개한다.
디즈니는 그간 한국 등 아태지역에서의 성과도 강조했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컴퍼니 아태지역 총괄사장은 "3년 전 아시아·태평양 지역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건 굉장한 도전이었다"며 "그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데이나 월든 디즈니엔터테인먼트 공동회장은 일본 시대극인 '쇼군'과 한국의 '무빙'을 언급하며 "두 작품은 디즈니의 길잡이이자 영감"이라면서 "아태지역은 훌륭한 스토리텔링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곳"이라고 말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와 산하 콘텐츠 회사들은 올해 연말 영화 ‘모아나2’를 비롯해 내년 ‘무파사: 라이온 킹’ ‘백설공주’ ‘아바타: 불과 재’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등을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