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최측근으로, 정 회장의 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서 파견돼 협회 사무를 장악해온 것으로 알려진 임원 A씨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를 앞두고 돌연 사직했다. 정 회장의 4연임 도전을 앞두고 꼬리자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19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다"며 "국정감사 이후 한 달여간 고민했고, 오늘 사직이 처리됐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로 입사한 A씨는 2011년 정 회장이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로 취임하면서 연맹에 파견됐다. 이후 2013년에 정 회장이 협회장으로 취임하자 협회로 파견돼 최근까지 행정지원팀장이라는 보직으로 근무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A씨의 광범위한 업무 범위 등이다. A씨는 당초 경영지원 업무를 위해 협회에 파견됐지만, 한 해에 7,000개에 달하는 협회 내부 서류를 결재하는 등 사무 업무 전반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A씨가 협회 정관이나 예산, 징계 등 협회의 민감 서류까지 결재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또 A씨가 HDC현대산업개발로부터 매달 월급을 수령하면서 동시에 협회에서 업무추진비와 자문료, 교통비, 통신비 등 각종 부대비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각종 의혹 제기가 잇따르자 문체부는 지난 5일 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A씨에 대한 후속 감사를 이어가겠다 밝혔다. 특정감사로 정 회장에 대해 최대 해임까지 가능한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요구된 와중에 그의 최측근까지 감사 대상에 오르면서 협회는 사실상 벼랑 끝으로 몰렸다. A씨의 갑작스러운 사직을 두고 정 회장의 4선 도전을 위한 꼬리자르기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문체부는 A씨의 사직 여부에 관계없이 계획대로 후속감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행여 사직으로 인해 징계를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제기된 의혹에 대한 진상을 알릴 의무가 있다"며 "이미 감사를 준비 중이고 곧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다른 부분도 있어서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조사에 응할 것"이라며 "내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점은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문체부의 후속 감사는 내달 초쯤 시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