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2022년 2월 24일)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19일(현지시간)로 1,000일을 맞았다. 유엔인구기금(UNFPA),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등 자료를 토대로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개전 후 우크라이나는 영토 약 20%를 러시아에 빼앗겼다. 또 국경 밖 피란 등으로 인구 5분의 1이 줄었으며(약 4,300만 명→약 3,500만 명), 민간인 사망자만 지난 8월 말 기준 1만1,743명으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군대 사상자는 31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쟁 1,000일을 견딘 우크라이나 앞에는 또 암울한 미래가 놓여 있다. 병력 활용 및 도입 무기 측면에서 러시아는 꾸준히 새로운 공격을 준비하고 있고, 대(對)우크라이나 지원 회의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체제 등장으로 서방의 분열 또한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공세는 하루가 다르게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일단 유럽연합(EU)이 최근 '중국에서 러시아 군용 무인기(드론)가 생산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힌 데 대한 우려가 치솟는 중이다. 아직은 '조사 단계'라 18일 열린 EU 외무장관회의에서 구체적 대응 방안을 도출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가 이란·북한 등에 이어 중국까지 무기 공급망에 넣는다면 우크라이나에는 치명적이다. 내년 1월 취임하는 트럼프 2기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중단을 예고하고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 방공망 과부하를 목적으로 일종의 '미끼 드론'도 잔뜩 투입하고 있는 듯하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은 "러시아가 타타르스탄공화국 내 공장에서 이란제 샤헤드 드론보다 덜 치명적이지만 저렴한 '거베라 드론'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베라 드론은 폭발물 탑재 및 투하 등이 가능하지만, 합판 등 저렴한 소재로 만드는 터라 샤헤드 드론의 10분의1 가격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금지된 화학 무기 사용을 늘리는 정황도 포착됐다. 국제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전선을 따라 위치한 참호 주변에서 추출한 토양 샘플 등에서 전장 사용이 금지된 '2-클로로벤질리덴 말노니트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8월 일부 지역을 점령한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에서 러시아가 북한군 병력을 활용해 교전을 격화할 가능성에도 우크라이나는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우방국들은 분열하는 모습이다.
당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사거리 300㎞)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활용하도록 허용했는데도 유럽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미국 다음으로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많이 하는 독일은 '독일산 장거리 미사일 타우러스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이날 재확인했다.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늘 부정적이었던 헝가리, 슬로바키아는 물론 이탈리아에서도 러시아 본토 공격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영국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사거리 250㎞의 장거리 미사일(영국명 스톰섀도·프랑스명 스칼)의 활용 범위 제한을 풀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와의 협상에 열린 자세인 트럼프 체제를 준비하는 모습도 엇갈리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대화를 재개해야 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양분된 것이다. 지난 15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 약 2년 만에 전화 통화를 한 데 대해 폴란드 핀란드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은 "실수" "이상한 전략"이라고 비난했지만, 캐나다 등 지지를 보내는 국가도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맥락과 조건이 맞는다면 대화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프랑스 르피가로 인터뷰에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