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구 신청사 부지서 폐기물 10만 톤 발견… 공사 전면 중단

입력
2024.11.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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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된 폐기물 처리 비용만 86억 원
2000년 이전 매립 가능성, 경위 불분명

부산 해운대구가 새 청사를 건립하는 부지에서 폐기물이 무더기로 발견돼 공사를 전면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80억 원이 넘는 폐기물 처리 비용이 추가로 들 예정이지만 폐기물을 언제 누가 묻었는지는 쉽게 알 수 없는 상황이다.

21일 해운대구에 따르면 재송동 ‘해운대구 복합문화센터’ 바로 옆인 해운대구청 신청사 건립 부지에 폐기물 10만 톤가량이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돼 공사가 중단됐다.

해운대구는 해운대해수욕장과 가까운 중동의 기존 청사가 1981년 건립돼 낡고 좁아 센텀시티 쪽에 신청사 건립을 추진해 왔고, 지난 4월 착공했다. 하지만 신청사 건립을 위한 관련 절차를 진행하다 지난 8월 땅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폐기물이 대량으로 발견된 것이다. 해운대구 측은 부지 일부를 시험 굴착해, 부지 전체의 지표면에서 지하 5m까지 폐기물이 쌓여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추정되는 폐기물 양은 약 10만 톤이다. 해운대구가 지난 15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린 ‘해운대구 신청사 건립 사업 건설폐기물 처리 용역’의 입찰 공고에 따르면 혼합건설 폐기물 7만8,875톤, 폐콘크리트 1만2,598톤, 건설폐토석 9,860톤이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실제 폐기물이 더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지만 추정치에 근거해 폐기물 처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폐기물이 발견되자 시작해 지난 9월 완료한 토양 오염도 조사에서는 다행히 별다른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폐기물 처리 계약 금액은 86억2,049만 원으로 기존 신청사 건립 비용(1,740억 원)에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공사 기간도 105일가량 늘어나게 됐다. 해운대구 신청사는 연면적 3만㎡ 가량에 지하 2층 지상 8층 규모로 2027년 5월 완공 예정이었다.

신청사 부지에 이 같은 폐기물을 누가 언제 매립했는지 경위 파악이 진행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유지와 사유지가 섞여 있었던 해당 부지는 2001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해운대구가 매입한 것이다. 해운대구 측은 “부지 소유권이 넘어온 지 너무 오래된 데다 소유권 이전이 이뤄지기 전 누가, 언제, 어떤 경위로 폐기물을 묻었는지 알아 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해운대구의회는 소유권을 넘겨받기 이전의 해당 부지 소유자였던 부산시 등에 당시 업무 담당자를 비롯한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김백철 해운대구의회 의원은 “관련 자료 등을 받아 조사한 뒤 폐기물 매립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질 수 있는지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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