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1심 징역형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사법부 겁박’ 움직임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당내 비(非)이재명계를 향한 공개 협박 행태도 도를 넘고 있다. 냉정을 잃는 모습은 여론의 반감만 산다는 것을 민주당은 명심해야 한다.
친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이 대표에 대한 2차 탄원서를 준비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탄원서라고는 하지만 지난 13일 선거법 재판부에 제출한 서명에 이어 또다시 100만 명을 모은 자체가 판사들에게 실질적 압박이 된다. 오는 25일 위증교사 1심 선고 예정인데 그 부작용을 헤아리고 있는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 막대한 규모의 탄원인을 동원하면 사법적 잣대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건지, 뭘 위한 건지 답답한 일이다.
무리한 인식과 행태는 친명계 최민희 의원의 언행에서도 드러났다. 언론 인터뷰에서 ‘향후 재판을 어떻게 전망하냐’는 질문에 “숨죽이던 민주당 내 분열세력이 준동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이 국면이 돌파될지 사분오열될지 결정될 것”이라며 “(비명계가) 움직이면 죽는다.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당내 의견이 다른 세력을 죽이겠다니, ‘홍위병 돌격대장’이라도 된 건가. 이해식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대표를 “신의 사제요, 신의 종”이라며 “고귀한 싸움에 임하는 투사”라고 낯뜨거운 찬사를 올렸다.
검찰은 어제 이 대표를 경기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기소했다. 다섯 번째 재판 리스크가 추가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민주당의 강한 저항으로 정국은 훨씬 심각한 격동에 휘말릴 게 뻔하다.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행태와 비교돼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차기 집권을 노리는 다수당이 상궤를 이탈한 듯한 혼돈과 격정에만 휘둘려 돌아간다면 여론의 공감은커녕 민심만 돌아설 공산이 크다. 위기의 한복판일수록 민주당이 수권정당다운 더 성숙하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