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채업자로부터 협박을 당하다 여섯 살 딸을 두고 목숨을 끊은 30대 싱글맘 사건과 관련, 피해자가 숨지기 13일 전 지인이 경찰에 피해를 알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사망 후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채권 추심의 엄벌을 주문하고 경찰이 전담팀까지 꾸렸으나, 알고 보니 경찰이 신속 대응에 나서지 않아 비극을 막지 못한 것 아니었나 싶어 안타깝기 짝이 없다.
경찰 등에 따르면 피해자의 지인은 사채업자가 보낸 피해자 비방이 적힌 협박 문자 메시지를 받고 지난 9월 9일 서울경찰청 정보관에게 전화해 관련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경찰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9월 22일 피해자는 목숨을 끊기에 이른다. 제보 내용은 피해자 사망 이튿날에야 경찰 내부망에 첩보로 올라왔다고 한다.
경찰은 제보자에게 ‘피해자와 연결해달라’고 했지만, 피해자 접촉조차 되지 않아 구체적인 사항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협박 메시지까지 존재하는데도 피해자 소재지 등을 신속히 확인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됐다. 불법 추심 피해는 일반 사건과 달리,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기 때문에 촌각을 다툰다. ‘연결이 안 된다’고 손을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신원 및 소재지 파악 등 경찰의 강제수사권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아닌가.
피해자가 당한 협박은 상상을 초월한다. 수십만 원을 빌렸다가 연이율 수천%에 달하는 금리를 감당해야 했고, 갚지 못하자 사채업자들은 가족·지인은 물론 딸의 유치원 선생님에게까지 피해자의 약점을 유포하는 식으로 협박했다고 한다. 그는 딸에게 남긴 유서에 “사랑한다. 사랑한다. 다음 생이 있다면, 다음 생에서도 사랑한다”고 썼다.
경찰청은 지난 14일 전국 경찰서에 ‘불법사금융 전담수사팀’ 설치를 지시했다. 일시적인 움직임이 아니길 바란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움직이다, 잊히면 또다시 제보조차 무시하는 행태를 반복하지 않도록 대응 매뉴얼이라도 만들길 바란다. 최근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스토킹 범죄를 비롯해 불법추심과 같은 사건들은 구체적이지 않은 구조 신호, 제보 전화 한 통일지라도 놓치지 않고 즉각 대응하는 게 목숨을 구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