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행 중 현금이 필요해진 A씨는 길거리에 설치돼 있던 사설 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했다. 문제없이 현금을 인출해 사용했는데, 며칠 뒤 방문한 적도 없던 의류 매장에서 수차례 소액 결제가 이뤄진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A씨는 신용카드를 급히 정지시켰고, 다행히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의심 없이 이용했던 사설 ATM이 문제였다. 범인들은 A씨 카드의 마그네틱선을 복제, 소액 위주로 결제하는 방식으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감시망까지 피해간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감독원은 연말연시를 앞두고 해외여행이 많아지면서 카드 부정사용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며 19일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많지 않았던 2021년 522건(피해금액 5억3,000만 원) 수준이었던 카드 해외 부정사용 건수는 2022년 1,179건(15억2,000만 원)에서 지난해 2,234건(33억6,000만 원)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올해에도 상반기에만 1,198건(16억6,000만 원)이 기록됐다.
부정사용 사유 대부분은 도난 및 분실(건수 기준 89.6%)이었는데, 실제 해외 관광명소에서 소매치기를 당해 카드가 사용되는 피해가 가장 많았다. B씨는 말레이시아에서 야시장을 구경하던 중 신용카드가 들어 있는 가방을 소매치기당했는데, 이를 인지한 B씨가 즉각 카드 분실신고를 했음에도 이미 절도범은 훔친 카드로 명품가방을 구매한 뒤 도주했다.
상점에서 매장 직원이 해외여행객의 카드 IC칩을 떼내 다른 카드에 붙여 부정사용한다거나, A씨 사례처럼 카드 복제기가 설치된 사설 ATM에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같은 피해를 방지하려면 해외사용안심설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금감원은 당부했다. 사용 국가와 1회 사용 금액, 사용 기간 등을 설정할 수 있어 부정사용 등 원치 않는 해외결제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해외출입국 정보 활용에 동의할 경우에는 출국 기록이 없거나 국내 입국이 확인된 후에는 해외 오프라인 결제를 차단해 카드 부정거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 뒷면에 서명하고 타인에게 카드를 양도하지 말아야 한다"며 "카드 분실·도난 시 카드사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