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민자 유치를 통해 건설한 대전 천변고속화도로가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운영 업체가 20년간 1,400억 원에 달하는 해외 민자 채무 대부분을 갚지 않아 향후 운영 종료 시 지급보증을 한 대전시가 시 예산으로 갚아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천변고속화도로는 2004년 민자사업을 통해 완공됐다. 원촌IC~한밭IC~대덕IC 등 대전시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왕복 6차로 4.9㎞ 규모로 총 사업비는 1,818억 원이다. 사업은 민자출자로 완공한 뒤 운영권을 출자사에 양도하는 'BTO방식'으로 추진됐다. 공사에 투입되는 금액을 민간에서 조달하는 대신 출자기업인 대전천변고속화도로㈜(DRECL)가 2031년 말까지 운영권을 갖기로 했다. 시에서 173억 원을 출자했고 당시 DRECL은 발주기관인 시 지급보증을 통해 일본 엔화채권으로 130억 엔(1,400억 원)을, 시중 은행에서 보증 없이 239억 원을 각각 대출받아 도로를 건설한 뒤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업체가 시가 지급보증하기로 한 엔화 채무를 모두 변제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DRECL이 지난 20년간 갚은 엔화 채무는 90억 원에 불과하다. 반면 시가 보증하지 않은 원화 채무 239억 원은 모두 상환했다. 시의 보증 채무는 거의 다 남겨놓고, 나머지만 다 갚은 '얌체 영업'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여기에 업체의 수익도 시원치 않아 남은 채무의 대부분을 시가 떠안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업체의 매출액은 170억 원인데, 매출원가와 판매비·관리비 등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5억 원에 불과했다. 2021년에는 4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듬해인 2022년에는 감사원 안전진단에 따른 보수 비용 지출 등으로 50억 원의 적자를 봤다.
시는 업체 측에서 엔화 채무 변제를 계속 하더라도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1,000억 원이 넘는 채무를 시가 떠안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요금 인상 등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차량 통행량이 대폭 늘면서 '저속도로'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시 관계자는 "업체 측에서 의지를 갖고 채무변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도 "최소 700억 원 이상의 변제는 남을 것으로 보여 관련 대책 마련을 위해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