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프랜차이즈의 원조 격인 김가네의 김용만 회장이 직원 성추행 혐의로 아들 김정현 사장에 의해 대표직에서 해임됐다가 최근 복귀했다. 심지어 자신을 내보냈던 아들을 이번엔 거꾸로 쫓아냈다. 하지만 김정현 사장이 여전히 대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도 보인다. 경영진이 불미스러운 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경영권 분쟁도 일어날 조짐이라 가맹점주들은 속을 태우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김가네의 법인 등기부등본상 대표는 8일 김정현 사장에서 김용만 회장으로 바뀌었다. 김정현 사장이 김용만 회장을 해임하고 김가네 대표로 취임했던 올해 4월과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김용만 회장의 대표 해임은 김정현 사장이 14일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띄우면서 알려졌다. 김용만 회장이 저지른 성폭력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김정현 사장은 사과문을 통해 "경영진은 김용만 전 대표가 당사와 함께할 수 없다고 판단해 해임 조치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달 중순 서울 성북경찰서는 2023년 9월 술에 취한 직원을 강제 추행하고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 회삿돈을 빼돌리려 한 혐의로 김용만 회장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돼 입건 조사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용만 회장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런데 김용만 회장이 다시 대표직을 차지하면서 김가네 경영권을 둘러싼 아버지와 아들 간 다툼은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업계에선 김용만 회장이 김가네 지분율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어 경찰 조사를 받는 와중에도 대표 자리에 돌아올 수 있었다고 본다.
김용만 회장과 김정현 사장이 경영권 분쟁을 벌일 가능성도 나온다. 현재 김용만 회장과 이혼 소송 중인 아내 박은희씨는 김정현 사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만 회장을 향한 고발도 박씨가 했다. 박씨는 김용만 회장과 1994년 서울 대학로에 즉석김밥집 김가네를 열고 30년 동안 전국적 프랜차이즈로 키웠다.
김정현 사장이 실질적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정황도 있다. 김 사장이 등기부등본상 대표에서 해임된 뒤인 14일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게재한 점을 감안하면 대표 권한을 여전히 행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의 성추행 혐의, 아버지와 아들 간 경영권 갈등 등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가맹점주들은 불똥이 튈까 우려하고 있다. 한 김가네 가맹점주는 "가게 영업이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타격받을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