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티몬· 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재차 구속을 면하게 됐다. 구 대표와 함께 영장이 청구됐던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 역시 법원으로부터 기각 판단을 받았다. 지난달 10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후 한 달여 보강수사를 거쳐 영장을 재청구했던 검찰은 다시 법원에 가로막혀 불구속 기소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남천규 부장판사는 1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구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이튿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남 부장판사는 "범죄성립 여부 및 그 경위에 대해 다툼의 소지가 있다"면서 "구속영장 기각 후 추가로 수집·제출된 증거를 포함하여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 피의자의 주장 내용, 수사 진행 경과, 피의자의 경력과 사회적 유대관계를 종합해보면, 종전 기각 결정과 달리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남 부장판사는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대해서도 "종전 구속영장청구 기각 후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려 시도하였거나 도주하려한 사실은 보이지 않는다"며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에 대해 남 부장판사는 "범죄사실과 공모·가담 여부에 대한 다툼의 소지, 피의자의 주장 내용, 피의자와 구 대표의 관계, 피의자의 지위와 역할, 구속영장 기각 후 추가로 제출된 증거, 수사진행 경과와 증거관계, 피의자의 주거와 사회적 유대관계를 종합해보면, 현 단계에서는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류화현 대표의 경우, 그의 경력과 위메프에 합류하게 된 경위도 감안한 결정이다.
구 대표 등은 정산대금 지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입점 업체들에 돌려막기식으로 대금을 지급하며 영업을 지속해 총 1조5,950억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에 총 720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미국 전자상거래 회사 '위시' 인수대금 등으로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자금 799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10일 검찰이 청구한 1차 구속영장에 대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사업의 성격 등에 비춰보면 범죄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티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한 달 넘게 보강수사를 진행한 뒤 14일 구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은 ①구 대표 등이 회사에 더 이상 변제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지난해 11월 무렵 파악한 뒤에도 ②상품권, 골드바 등 가격 민감도(가격이 구매 의사나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큰 제품 위주의 공격적 할인 판매를 진행했고 ③정산 대금으로 사용돼야 할 회사 자금을 빼돌려 ④소상공인 등에게 막대한 피해를 가해 혐의가 무겁다고 보고 있다. 티메프 재정 상태로 대출도 어려워지자 구 대표 등이 단기 사채를 쓰듯 상품권을 판매해 현금을 확보하고, 정산대금 미지급 사실을 제보받은 기자와 접촉해 보도를 무마하는 등 재정 악화 및 미지급 사태를 은폐한 정황도 영장에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잇달아 기각당한 검찰은 티메프나 인터파크커머스, AK몰 등을 상대로 자금을 유출한 혐의 등도 포함, 추가 수사 후에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전망이다. 피해자들의 조속한 피해회복을 위해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방안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티메프 사태 피해자들은 구 대표 구속을 촉구하며, 17일 오후부터 이날까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철야 농성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