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4개가 태평양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이례적 모습이 위성에 포착됐다. 필리핀에는 한 달 사이 초강력 태풍이 6차례 상륙하며 인명 피해가 커지고 있다.
18일 ABS-CBN 등 필리핀 매체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지구관측소는 최근 서태평양 상공에 태풍 4개가 동시에 몰려오는 지구 위성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사진은 지난 11일 심우주 기상관측위성에 실린 지구 다색 이미징 카메라(EPIC)라는 특수 장비로 촬영됐다.
사진에는 베트남, 태국 등이 위치한 인도차이나반도부터 필리핀, 서태평양으로 이어지는 상공에 22호 태풍 ‘인싱’, 23호 ‘도라지’, 25호 ‘우사기’, 24호 ‘만이’가 줄지어 있는 모습이 담겼다.
태평양에 태풍 4개가 몰린 모습이 단일 위성 이미지로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사는 “서태평양 태풍 시즌은 일년 내내 이어지지만 대부분 5~10월 사이 발생한다”며 “11월에 4개 태풍이 동시에 발생한 것은 매우 특이한 광경”이라고 밝혔다.
태풍 이동 경로 한가운데 있는 필리핀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말 태풍 ‘짜미’와 ‘콩레이’가 지나간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인싱(7일)’, '도라지(11일)', '우사기(14일)', '만이(16일)'까지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태풍 6개가 지나면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태풍 ‘만이’는 16일 최대 순간 풍속이 시속 240㎞에 이르는 강풍을 동반하며 동부 카탄두아네스주(州)에 상륙한 뒤 17일에는 갑자기 경로를 틀어 필리핀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북부 루손섬으로 이동했다. 이로 인해 건물 수십 채가 무너져 내리고 전신주와 나무가 쓰러지며 수도와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필리핀 재난 당국은 태풍 예상 경로에 있는 주민 100만 명 이상을 긴급 대피시키고, 마닐라 등 주요 지역 국제공항과 국내공항을 일시 폐쇄했다. 태풍 피해 구조·복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또다시 악재가 겹치면서 정확한 희생·부상자 수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일단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태풍으로 현재까지 최소 162명이 사망했다는 추정이 나온다. 현지 당국은 이날 재난·재해 구호활동 기금으로 예산 8억7,500만 페소(208억 원)를 배정했다.
필리핀은 통상 연간 20개 안팎의 태풍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이번처럼 짧은 기간에 연달아 태풍 피해를 입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어서 기후변화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