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러시아-우크라 전쟁 어느새 1000일
입력
2024.11.18 18:30
기자
정리=박주영 bluesky@hankookilbo.com
관련기사
난민촌에서 그네 타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들
멕시코 마리아치 1000명의 연주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6주년
기상이변 속출 속 위기의 파리기후협약
中 주하이 차량 돌진 사고 희생자 추모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당신이 관심 있을만한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기사
2898
미국, 다자외교서 또 러시아 편... "그림자 함대 감시 TF 설치 거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를 앞두고 "러시아의 원유 수출 제재 위반을 감시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자"는 캐나다 측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국제 다자외교 무대에서 또다시 러시아를 편든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주 캐나다 퀘벡에서 열릴 예정인 G7 외교장관회의를 앞두고 공동성명 문안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노골적인 '친(親) 러시아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핵심 쟁점은 러시아 '그림자 함대' 감시 TF를 구성할지 여부다. 그림자 함대는 러시아가 국적과 소유 구조 등을 속여 운영하는 유조선을 통칭하는 표현으로,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강화된 서방의 원유 제재를 피하기 위해 구성했다. 따라서 서방은 대(對)러시아 제재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림자 함대 감시 방안을 고민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G7 외교장관회의에서 이런 흐름에 반발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림자 선단 감시 TF 구성 자체를 반대할 뿐 아니라, 공동성명 전체에서 '제재'라는 단어를 빼려고 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서방의 '러시아 고립' 전략을 정면으로 역행한 셈이다. 이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 편들기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3년을 맞아 지난 2월 24일 발표하려던 G7 성명에서 러시아를 규탄하는 표현인 "러시아의 침공" 문구 대신 "우크라이나 분쟁"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 총회 결의안에 반대하며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분쟁" 표현이 담긴 자체 결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을 겨냥한 공세 수위는 높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G7 외교장관회의 공동성명 협상 과정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특정하면서 "중국의 불법적인 해양 영유권 주장과 중국 군용기 등의 공중 기동이 다른 나라의 생명과 생계에 위험이 된다"는 문구를 담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MWC2025
관련기사
21
[현장]LG의 'AI 원팀'이 유독 '믿을 수 있는 AI' 강조한 까닭은
인공지능(AI) 개발과 응용을 위해 전 세계 기업이 달리는 가운데 LG의 새로운 'AI 원팀'이 출사표를 던졌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와 함께 강력한 한국어 AI 기반 모델로 손꼽히는 '엑사원'을 만든 LG AI연구원과 AI 브랜드 '익시'를 내세워 응용 방안을 연구해 온 LG유플러스는 첫 번째 목표로 AI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상엽 LG유플러스 최고기술책임자(CTO) 전무와 이홍락 LG AI연구원 최고AI과학자(CSAI) 부사장은 5일(현지시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 LG유플러스 전시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LG유플러스와 LG AI연구원은 한 팀처럼 움직이는 밀착형 협업으로 고객에게 안심할 수 있는 동시에 맞춤형 편리함을 제공하는 AI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 밝혔다. 두 회사의 협력에 따라 LG AI연구원은 기반(파운데이션) 모델인 엑사원을 꾸준히 고도화하면서 파인 튜닝을 거쳐 이보다 작지만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갖춘 '온디바이스용 특화 모델(sLM)'도 만들고 있다.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이를 스마트폰으로 안전하게 관리하면서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홍락 CSAI는 "상반기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하반기에 출시되는 모바일 기기부터 적용할 계획"이라면서 "강력해진 보안 환경 속에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가 2024년 출시한 AI 통화 비서 '익시오'는 대부분 기능을 온디바이스로 작업하는데 새로 개발 중인 모델을 담으면 전력이나 프로세서 사용량은 줄이면서도 성능은 개선할 수 있다. 익시오는 이런 sLM을 기반으로 고객의 일정 등록이나 식당 예약 같은 작업도 할 수 있는 본격적인 AI 비서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LG AI 원팀이 성능 개선만큼이나 강조하는 것이 'AI 윤리'다. LG AI연구원은 LG그룹 곳곳에서 진행되는 AI 개발에 걸쳐 AI 윤리 거버넌스를 감독하는 허브 역할을 하는데 최근에는 데이터의 법적 위험성과 신뢰성을 검증하는 AI 에이전트를 제작해 공개했다. LG유플러스도 △고객이 입력하는 개인 정보는 곧바로 비식별하고 △유해 정보는 자동으로 차단하며 △폭력적이고 부적절한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하는 등 AI 서비스의 윤리적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윤리적 AI 개발에 대한 노력이 AI 개발 속도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능을 좋아지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엽 CTO는 "AI 혁신에 있어 속도감을 늦출 생각은 없다"면서 "고객 관점에서 안심하고 쓸 수 있는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간 통신 사업자로서 고객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홍락 CSAI는 "AI의 성능과 신뢰성은 어떤 데이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AI 모델의 사회적·문화적 편향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AI 연구 공동체에서 중요한 주제로 평가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AI의 신뢰성에 대한 강조는 LG유플러스만 내놓은 게 아니다. SK텔레콤은 이번 MWC2025에서 전시관 일부를 AI 거버넌스 원칙 설명에 할애했고 KT 또한 GSMA가 주관한 '윤리적 인공지능 구축' 행사에 배순민 KT AI퓨처랩장이 참석해 윤리 원칙을 소개했다. LG그룹의 엑사원은 현재 한국에서 개발된 LLM 중에선 성능 수준이 높은 모델로 꼽힌다. 최근 중국 '딥시크'가 '저비용 고성능' 추론 모델을 공개하면서 각국에서 AI 기반 모델 개발 경쟁이 불붙자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이홍락 CSAI는 "딥시크 등장으로 빅 테크(거대기술기업)처럼 천문학적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알려졌고 내부 연구 결과로도 이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모델을 공개할 것"이라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대표 AI 개발 지원' 사업의 후보군으로도 꼽히고 있다. 이 사업은 세계적 수준의 LLM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가 데이터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집중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CSAI는 "참여 여부를 답하기 어렵다"면서도 "좋은 모델을 개발하는 데 있어 인프라가 중요하고 더 많은 인프라가 있으면 훨씬 더 빠르게 개발할 수 있기에 한국 AI 발전에 기여할 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대통령 탄핵 심판
관련기사
2385
헌재 직원들, 극심한 소음에 3M 귀마개 지급 받고 회의실로 피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종결 후 탄핵 찬반 시위대가 헌법재판소 주변으로 몰려들면서 헌재 직원들이 소음 피해로 신음하고 있다. 7일 오전에도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는 수십 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차로를 사이에 두고 정문 앞에선 탄핵 찬성, 반대편에선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이 제각기 핸드마이크와 확성기에 연결된 메가폰을 잡고 "윤석열 파면"과 "윤석열 석방"을 외쳤다. 헌재로 사람이나 차량이 드나들 때는 양쪽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현행법상 헌재 앞 100m 이내에선 집회가 금지되기 때문에 헌재 앞에 몰려든 이들은 1인 시위나 기자회견 형태를 띠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탄핵 찬반 시위나 기자회견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 기본적으로 소음 자체가 큰 편"이라면서도 "신고된 집회에 한해 소음이 측정되기 때문에 헌재 앞 시위나 기자회견 때는 측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기자회견 시 차량 등의 음향 장비 사용을 원천 차단하고, 핸드마이크도 음량을 낮추도록 권하고 있다. 문제는 헌재 담벼락이 낮고 정문과 본관 사이 거리가 짧은 데다, 별다른 방음 시설도 없어 밖에서 조금만 소리를 크게 질러도 건물 안으로 소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점이다. 정문을 바라보는 쪽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재판관이나 연구관들은 근무 시간 내내 소음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최근 헌재가 재판관과 연구관들에게 3M 고무 귀마개를 나눠주긴 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소음이 너무 심할 땐 건물 뒤편에 있는 연구관 회의실로 '피신'하기도 한다. 다만 회의실에는 데스크톱 컴퓨터가 몇 대 없어 일하기가 쉽지 않다. 헌재 건물은 보안시설이라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데다 보안 처리된 노트북은 재택 근무용이라 헌재 내부에선 사용이 여의치 않다. 헌재 내부 상황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직원들은 선고가 끝나고 여론이 잦아들 때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헌재 인근 직장인들도 시위대 소음에 몸살을 앓긴 마찬가지다. 시위대가 헌재 정문을 피해 주변 회사 앞 인도를 점거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오후 헌재에서 250m가량 떨어진 현대건설 정문 앞에는 커다란 전광판이 달린 트럭 앞으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시위대 주변을 지나던 직장인 이모(37)씨는 "일할 때는 물론이고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소음이 너무 크게 들려 깜짝 놀라곤 한다"며 "시위대가 곳곳에 너무 많아 요즘은 식후 산책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변 상인들도 불만을 토로한다. 날이 풀리면서 관광객들이 점점 많아질 시기인데, 시위대 영향으로 기대만큼 손님이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근처의 한 상인은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 매출도 타격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윤 대통령이 8일 석방되면서 향후 헌재 주변에 더 많은 시위대가 몰려들 것으로 예상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헌재 안팎을 경찰 버스로 에워싸고, 정문에 바리케이드를 넓게 설치해 이중 삼중으로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홈플러스 위기
관련기사
11
"식자재값·직원 월급 6,000만 원 밀렸다"… 홈플 입점업체의 한숨
2024년 5월 서울 한 홈플러스 점포에 입점해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4일부터 피가 바짝 말라 있다. 그날 오전 홈플러스가 느닷없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는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낯선 용어인 기업 회생 절차의 당사자가 바로 자신임을 깨닫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1월 내내 매장에서 판매한 밥값이 늦어도 홈플러스로부터 4일에 입금됐어야 하지만 통장에 찍힌 건 없었다. 식당, 의류·화장품 가게, 도서·문구점 등 홈플러스 점포 안에 따로 매장을 얻어 장사하는 입점업체는 홈플러스 포스기를 쓰는 경우가 많다. 입점업체는 매일 일어난 매출을 홈플러스에 먼저 보낸 뒤 임대료·관리비 등 수수료를 뺀 1개월 몫 정산금을 한 달 뒤 받는다. 수수료는 업체마다 다르나 대부분 15% 안팎이다. 손님 유치에 자신 있는 일부 업체는 다달이 일정액을 임대료로 내기도 하지만 주변 상점 대부분은 수수료 납부를 선택한다는 게 A씨 설명이다. 홈플러스 고객이 많을수록 매출도 올라가는 수수료 방식은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어서다. 1월에 발생한 매출 8,000만 원 정산금의 지급 예정일은 2월 말 또는 3월 초였다. 그런데 기업 회생 절차로 홈플러스 통장이 묶이면서 대금의 흐름까지 막힌 것이다. 수수료를 제외한 6,800만 원이 들어와야 2월에 외상으로 빌린 식자재 대금과 직원 월급 6,000만 원을 줄 수 있는데 모두 밀리고 있다. 여윳돈으로 먼저 해결하기엔 너무 큰 금액이다. B씨는 수도권 홈플러스 점포에서 2024년 10월 식당을 열 때만 해도 기대에 차 있었다. 방문 고객 규모가 큰 매장이라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쉼 없이 일했다. 기업 회생 절차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그 역시 손님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한 1월 매출 2,000만 원에 대한 정산금을 못 받았다. 식자재 대금, 직원 월급 1,500만 원을 어디서 구할지 막막했다.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간 뒤 사업자 정책 자금 대출도 알아봤으나 돈을 빌릴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가게를 연 지 1년이 지나지 않아 소득을 증명하기 어려워 대출 불가라는 판정을 받았다. B씨는 "1월 대금이 늦어지면 개인 신용대출로 식자재 대금, 월급을 돌려막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금도 대금이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건 당장의 영업. 땀 흘려 번 돈을 대금을 언제 줄지 모르는 홈플러스에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점주들 사이에선 대금을 홈플러스에 줄 바에야 매장을 잠시 접는 게 낫다는 얘기도 나온다. 홈플러스가 6일 일반 상거래 채권 지급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건 불행 중 다행이었다. 밀린 대금과 관련한 일반 상거래 채권은 공익채권, 회생채권 두 종류다. 회생절차 개시 이전 20일, 즉 2월 12일 이후 발생한 채권인 공익채권은 법원 승인 없이 홈플러스가 지급할 수 있다. 반면 2월 12일 전에 일어난 채권인 회생채권은 홈플러스 신청을 거쳐 법원 승인이 나야 줄 수 있다. 우선 홈플러스는 물건을 납품하는 협력 업체에 공익채권 지급을 개시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에 납품 중단을 실시했던 오뚜기, 롯데웰푸드, 삼양식품 등이 제품 공급 재개를 결정했다. 입점업체가 받을 1월 대금은 회생채권에 속해 법원 승인이 떨어지는 게 먼저다. 일단 홈플러스가 6일 신청한 회생채권 지급은 7일 법원이 승인을 했다. 홈플러스는 이번 주까지 지급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만 입점업체들은 더욱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해달라며 여전히 답답해하고 있다. 입점업체들은 홈플러스가 야속하긴 하나 가장 바라는 건 정상화다. 자칫 소비자 발길이 줄어들면 입점업체 생계도 흔들리기 때문이다. A씨는 "홈플러스가 하루빨리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야 입점업체도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