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이용객 민원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중국인을 '빌런(악당)'으로 칭하며 폄하하는 표현을 썼다가 사과했다.
18일 온라인 민원 플랫폼 '서울시 응답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한 시민이 "고궁과 지하철 내 과다한 중국어 안내 방송에 대한 시정을 요청한다"는 취지로 민원을 제기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공사는 외국인이 많이 이용하는 역이나 환승역 일부에서 영어·일어·중어로 안내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민원인 불만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경복궁과 이곳을 지나는 3호선 역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공사가 답변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공사 승무본부 승무지원처는 민원 게시글 답변에서 "중국인은 2명 이상 모이면 시끄럽고 소란을 피우는 '빌런'들이 종종 발생되고 있어, 오히려 중국어 음성 송출로 무질서에 대한 계도 안내방송을 실시해 '열차 내 질서를 지켜 달라'는 에티켓 방송을 송출함으로써 질서에 대한 전달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했다. 공사는 또 "향후 안내 방송을 국문과 영문만 송출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검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 '중국인은 시끄럽다'는 외국인 혐오적 시각을 드러낸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이 일었다. 해당 민원과 공사 답변 내용은 누구나 열람 가능한 '공개 민원사례'에 소개돼 있다. 공사 답변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외국인 정책 방향과도 어긋난다. 오 시장은 지난 5월 내·외국인의 상호존중과 소통을 강화하는 내용의 '서울 외국인주민 정책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바 있다.
결국 공사는 "민원 답변 과정에서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부적절한 단어와 내용이 포함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수습에 나섰다. 이어 "향후 유사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민원 답변부서를 포함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교육을 실시하고, 부서장이 직접 민원을 답변하거나 내용을 필히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어와 영어로만 지하철 안내 방송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에 대해선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