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민간인 대피' 경고 없이 레바논 공습… 헤즈볼라 대변인 사망

입력
2024.11.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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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 명령' 없이 베이루트 도심 공습 감행
아피프 대변인 표적 공습 통해 제거 발표
군사 시설 200여개 목표물 타격하기도
수십 명 사망… 문화유적 마을도 파괴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수석대변인이 수도 베이루트 도심에서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으로 숨졌다. 사전 대피 명령이 이뤄지지 않아 민간인 사상자도 다수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이외에도 레바논 군사 시설 200여 곳을 공격하는 등 공세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휴전 논의가 오가는 와중에 공격을 강행하는 이스라엘의 '휴전 의지'도 의심받고 있다.

'대변인 암살' 위해… 사전 경고 없이 도심 폭격

17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무함마드 아피프가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에 사망했다"고 밝혔다. 아피프는 베이루트 도심의 범아랍권 정당 바트당 사무실에 있었다. 헤즈볼라 거점인 남부 교외 지역이 아닌, 베이루트 중심부가 폭격당한 것은 지난달 10일 이후 1개월여 만이다.

이스라엘군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정보에 기반한 정밀폭격을 가해 테러범 아피프를 제거했다"며 "그는 헤즈볼라 '선전전 수장'으로서 테러 행위에 직접 관여해 온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아피프는 헤즈볼라 자체 방송 알마나르TV를 수년간 관리했으며, 최근 수석대변인으로서 헤즈볼라의 공식 입장을 전달해 왔다.

이번 베이루트 공습에서는 이례적으로 '민간인 대피 명령'이 생략됐다. "헤즈볼라 인프라가 아닌 (아피프에 대한) 암살 작전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의 설명이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 공습으로 4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또 베이루트 시내 한 컴퓨터 매장에서도 공습으로 사망자 2명·부상자 22명이 나왔다. 아바스 할라비 레바논 교육부 장관은 베이루트와 인근 지역 학교에 이틀간의 휴교령을 내렸다.

이스라엘군은 암살 작전 외에도 "전날부터 이틀간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의 무기고와 지휘센터 등 레바논 군사 목표물을 200곳 넘게 공격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남부 티레도 폭격을 당해 11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치는 등 이날 하루에만 레바논에서 수십 명의 사망자와 1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레바논 문화유적도 파괴… 휴전은 안갯속

레바논 내 문화 유적 피해도 속출했다. 미국 NBC방송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과 주민 인터뷰를 종합해 레바논의 역사적 마을 마히비브·나바티예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마히비브에는 고대 사원이, 나바티예에는 수백 년 역사의 전통시장이 있었다.

레바논에는 페니키아, 이집트, 그리스, 페르시아, 로마 등 여러 고대 문명의 흔적이 간직돼 있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로마 유적이 보존된 티레와 북동부 발벡 등이 공습을 받으며 문화유산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레바논 고고학자 나데르 시클라우이는 "나는 울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같은 적이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고 NBC에 토로했다.

피해가 날로 커지고 있지만 휴전 전망은 안갯속이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휴전을 논의하던 도중에 공격을 실행했다. 미국 측이 지난 14일 양측의 휴전 제안을 레바논 정부에 전달했고, 헤즈볼라는 이를 검토 중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이 대규모 공습을 강행하자 레바논 국회의원 파이살 알사이그는 "이스라엘은 공격을 지속하면서 협상하기를 원하고, 안전한 지역까지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고 비난을 쏟아냈다고 AP는 전했다.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