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사전청약 취소 또 나오나... 본청약 예정지 절반이 땅값 못 내

입력
2024.11.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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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19곳 중 10곳 땅값 연체
'새 사업 시 당첨자 지위 유지' 청원
국회 국토위 통과해 본회의 회부 수순

민간 사전청약 취소 사태가 새 국면을 맞았다. 당첨자들이 지위 유지를 요구한 청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청원은 심사 후 본회의에서 다뤄질 전망인데 이미 본청약 예정 사업장 절반이 땅값을 연체해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사전청약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가 제출한 의원소개청원이 지난주 국토위 전체회의를 통과해 청원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핵심은 사전청약 실시 후 본청약이 취소된 사업장에서 사업이 재개될 때 새로운 사업주체가 기존 당첨자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비대위는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에 관련 조항을 신설해달라고 요구했다.

국토위 전문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사전청약이 취소됐거나 취소될 당첨자는 지난달 24일 기준 713명이다. 경기 파주시 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 3·4블록(사업장) 당첨자가 546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은 사업 취소까지 당첨자 자격을 유지해 다른 청약에 참여하지 못했다. 정부가 사전청약 시행 의무를 부여한 민간 사업장은 모두 77곳이나 19곳만 본청약을 마쳤고 7곳은 사업자가 사업을 포기해 사전청약도 없던 일이 됐다.

민간 사전청약 취소 사업장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본청약이 예정된 사업장 19곳 가운데 10곳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택지비 중도금을 연체한 상황이다. 특히 파주시 운정3지구 사업장 4곳 등 5곳은 계약금만 납부했다. 파주시 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 1·2·5·6블록은 본청약이 내년 6월로 예정됐으나 계약금만 내고 중도금을 5번이나 내지 못했다. 경북 경산시 대임지구 B3블록 역시 계약금만 납부한 상태다. 5곳에서 당첨자 지위를 유지한 당첨자는 913명에 이른다.

전문위원은 국토부가 당첨자의 피해를 회복할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사전청약 때 ‘사업 내용 변경 시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사전에 공고했고 새 사업을 추진하면 사업 자체가 달라져 당첨자 지위 유지가 어렵다는 입장이나 전문위원은 당첨자들이 주장하는 피해를 대부분 인정했다. △전월세 계약 연장 △소득 등 변화로 청약 자격 상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격 상실 등이다.

청원은 청원심사소위원회 심사를 통과하면 법률안에 준해 다뤄진다. 다만 취지가 이미 달성됐거나 실현이 불가능하면 폐기된다. 비대위 관계자는 “사업장 7곳이 토지 공급을 잠정 중단한 채 국토부의 주택 공급 규칙 개정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사전청약 취소자들에게 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토부가 발 빠르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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