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이후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위해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한 지 1년이 넘었지만, 결과 발표는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 지역에선 잼버리 사태가 전·현직 정권이 얽힌 사안인 만큼 감사원이 정치적 고려를 하느라 감사 결과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감사원에 따르면 전북자치도·여성가족부·문화체육관광부·행정안전부·새만금개발청 등 16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잼버리 감사는 현재 ‘감사 보고서 검토 및 심의’ 단계에 있다. 이는 감사 결과 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단계로, 내부 직원 품질관리관이 검토 중이다. 전체 6개 단계 중 4번째에 해당된다.
지난해 8월 16일 감사에 착수한 후 1년 3개월 만에 절차상 후반부에 들어갔으나, 감사 보고서 분량만 600페이지(잠정)에 달해 올 연말까지 발표하기에는 무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감사원은 잼버리 유치 과정부터 운영 전반을 들여다 보고 있다. 이 중 대회 유치 과정과 부지 조성, 폭염 대비책 등이 주요 쟁점 사안으로 거론된다. 당초 잼버리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새만금이 국내 후보지로 선정된 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세계스카우트연맹 총회에서 최종 개최지로 결정됐다. 이후 2020년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출범한 후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3월 잼버리 공동위원장 5인 체제로 전환되면서 대회 준비가 본격화됐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과 김윤덕(전주 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2인 공동조직위원장 체제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 박보균 문체부 장관,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이 합류하면서 책임은 분산됐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실무 책임자인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잼버리 파행 원인으로 꼽히는 화장실·샤워장·상하수도 및 배수시설 등 대회 운영 전반은 조직위가 맡았다. 조직위에는 사무국 직원 115명이 근무했고, 이 중 전북도와 각 시·군에서 48명이 파견됐다. 직급별로 4급(과장급) 1명, 5급(팀장급) 9명, 6급 이하 38명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조직위에 파견된 도와 각 시·군 직원들이 상당수 있지만, 여러 부처에서 업무를 맡았던 만큼 책임 범위를 명확히 구분해 달라는 의견을 감사원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감사원 결과 발표가 지연되면서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난달 15일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이성윤(전주 을) 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이 잼버리 감사를 1년째 하고 있는데 전북에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는 게 아닌지 도민들은 의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배숙 국민의힘 전북 도당위원장도 “작년 12월에 감사가 끝났다고 들었는데 왜 발표를 빨리하지 않느냐”고 촉구했다.
이원택(군산·김제·부안 을)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그동안 여권에서 잼버리 사태를 전 정부 탓, 새만금 탓, 전북 탓으로 모두 돌렸다”며 “그런 방향으로 각을 맞추느라 감사 결과도 지연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대상 관련자들이 너무 많아 하나하나 사실 관계를 파악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라며 “감사 보고서가 언제 공개될지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