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관계자를 사칭하고 식당에 연락해 수십 명분의 음식을 미리 주문한 뒤 나타나지 않은 '노쇼(예약부도)'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16일 자영업자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군부대 사칭 노쇼를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노쇼를 입증하는 첨부 이미지와 함께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인천 영종도에서 식당을 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게시글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그의 부모님은 지난 13일 자신을 인근 부대의 '김동현 중사'라고 소개한 이로부터 단체 포장 주문 전화를 받았다. 이 '중사'는 돼지불백 50인분을 다음 날인 14일 오후 2시까지 마련해 달라고 주문한 뒤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며 영수증을 보내라는 요청까지 했다. A씨의 어머니는 음식을 주문한 사람이 '부대 식품결제 확약서'라는 제목의 공문도 문자로 보내왔기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음식 수령 당일에는 "문제없이 준비하고 있냐"는 확인 연락까지 받았다.
A씨는 음식을 받아 가기로 한 14일 오후 2시 직전까지 부모님이 50인분의 돼지불백에 장병들이 후식으로 먹을 귤 두 상자까지 준비했다면서 관련 사진도 함께 찍어 올렸다. 그러나 약속한 시간을 10분 이상 넘기도록 '김동현 중사'는 나타나지 않았고 전화 연락도 끊겼다. 결국 A씨의 부모님은 해당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시간이 지나면 전날부터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되니 상인회를 통해 노인들과 소외 계층에게 기부했다"며 "식당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휴일 없이 일하는 부모님이 속상해하며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너무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인천 강화 일대 음식점 6곳에서도 군 간부를 사칭한 노쇼 및 피싱 범죄 의심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이들 음식점은 대부분 해장국집이나 중식당으로, 해병대 간부를 사칭한 신원 미상의 B씨로부터 단체 음식 주문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해자는 이들 식당에 음식 50인분을 주문할 것처럼 연락한 뒤 본인 소속 부대의 '내부사정'을 설명하며 전투식량 구매비 등을 대신 지불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노쇼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면 단체주문 시엔 선불금을 요구해야 한다"면서 "유사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