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尹 선거운동 때 '정치자금 공여' 예비후보자 직접 소개 정황

입력
2024.11.17 22:34
강혜경씨 측, 대선 전 선거운동 영상 공개
실제 공천은 탈락 …영향력 과시 가능성도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20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에게 지방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 등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됐다. 윤 대통령이 인사한 사람 중에는 명씨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피의자도 포함돼 있어, 명씨가 이들 공천과 관련해 어떤 역할을 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김영선 전 의원 회계 담당 직원 강혜경씨 측은 17일 윤 대통령과 명씨가 함께 등장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진행되던 2021년 9월 18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였던 윤 대통령이 선거 운동을 위해 경남 김해시를 찾았다가 이동하던 중 촬영된 것이라고 한다. 영상을 보면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여러 인물을 소개하고, 윤 대통령은 그들과 명함을 주고받는다.

강씨 측은 특히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 중 2022년 지방선거에 고령군수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배모씨, 대구시의원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이모씨가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배씨 등은 2022년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명씨 등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2,000만 원을 각각 건넨 혐의로 최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법원에서 기각됐다.

해당 영상은 그간 명씨가 지역 정치인들에게 윤 대통령 부부 및 유력 정치인들과 친분을 과시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증언을 뒷받침하고 있다. 명씨가 해당 자리를 주선해 윤 대통령에게 이들을 직접 소개한 것이라면, 명씨가 실제 이들의 공천을 위해 노력한 정황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실제 검찰은 명씨 측이 배씨 등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당신들도 지방선거 후보자를 시켜줄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다만, 대선 유세 과정에서 유력 대권 주자와 안면이 있는 주변 인물이 자신의 지인들을 후보자에게 소개하는 것 자체는 드물지 않은 만큼, 이 영상을 근거로 명씨의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했다고 단정짓긴 어렵다. 배씨 등이 지방선거 공천을 받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명씨가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해 뒷돈을 받아내고 실제 공천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명씨가 배씨 등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약속을 하면서 정치자금을 받아냈는지 등에 대해 보강 수사 중이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