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일 협상' 끝에 배달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상생안이 나왔지만 정작 가맹점주의 표정은 싸늘하다. 배달수수료가 일부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가맹점주가 실제 부담하는 비용은 오히려 더 커졌다는 것이다. 배달 플랫폼은 지금보다 부담이 커지는 입점업체는 없다고 설명한다. ‘상생안’과 ‘(배달비) 상승안’ 중 무엇이 맞을까.
점주 부담이 대체로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매출액별로 경감 정도는 다르다. 14일 발표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최종 상생안은 배달 매출에 따라 3개 구간으로 나눠 2.0~7.8% 수수료를 차등 적용한다. 매출 상위 35% 업체는 배달비가 기존보다 500원 비싼 3,400원이 적용, 주문 가격에 따라 수수료 할인율보다 배달비로 추가된 비용이 더 크게 적용될 수 있다.
배민과 쿠팡이츠 모두 상위 35% 구간 거래액은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영업 기밀에 해당돼 대략적인 수준도 밝힐 수 없고, 3년 평균 또는 직전 1개년 등 적용할 세부 내용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2만5,000원짜리 치킨을 시킨다면 상위 35%는 부담이 현재와 같고 나머지는 550~1,950원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정부 설명이 전부다.
상위 35% 안에 들어도 단가가 낮은 음식을 파는 일부 점주는 손해를 볼 수 있다. 예컨대 떡볶이 등 분식 2만 원어치를 배달한다고 가정하면 기존에는 4,860원(수수료 1,960원+배달비 2,900원)을 부담했는데, 상생안 시행 후에는 4,960원(수수료 1,560원+배달비 3,400원)을 내는 점주도 생기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도시락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하는 점주 박모씨(53)는 “분식이나 야식 등 1인 메뉴를 주로 파는 배달 위주 매장은 최소 금액을 낮게 두고 박리다매하는 식이라 피해가 크다”며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대부분 상위 35%에 해당될 텐데, 최소 주문단가를 2만5,000원으로 두거나 배달 메뉴는 더 비싸게 받는 이중 가격제를 적용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발표 다음 날 수수료 상한제가 담긴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입점업체가 요구하는 수수료 상한(5%)을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수수료를 누르면 다른 비용으로 부담이 전가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협의체 논의에 참석했던 정부 관계자는 “공익위원도 최선의 안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상황을 봉합해 상생안을 내야 한다고 봤다”며 “카드 중개수수료와 달리 배달 플랫폼은 수수료 체계가 복잡해 상한제 법안 추진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