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1심 재판에서 향후 10년간 출마가 제한될 선고를 받은 뒤 정국이 급변하고 있다. 야권의 유력한 차기 주자가 ‘정치적 몰락’에 빠질 단초가 현실화한 만큼, 안 그래도 불안정한 정국이 이중삼중으로 격랑을 탈 조짐이다. 예상 밖 중형이라 해도 국회 제1당으로서 민주당이 보인 반응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사법부 판단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긴커녕 장외에서 힘겨루기를 강화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치른 주말 3차 집회에서 이 대표는 “펄펄하게 살아서 인사드린다.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지지층 결집을 강조했다.
연단에 오른 민주당 인사들의 사법부 비판은 도를 넘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미친 정권의 미친 판결이다. 검찰독재정권에 부역한 정치 판결”이라고 했다. 이는 25일로 예정된 이 대표의 두 번째 재판, 위증교사 1심을 향한 노골적 협박이다. 수권정당을 지향한다면 거대 야당이 판사를 겁박하고 삼권분립을 흔드는 일에 무슨 명분이 있나. 판결 불복 행태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반면 대학교수들의 대통령 ‘임기단축’ ‘탄핵 요구’ 시국선언이 확산될 정도로 위기에 몰린 여권으로선 숨고르기할 공간이 생긴 형국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스스로 처한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 ‘이재명 선거법 1심’ 법리와 별개로 검찰의 모습이 ‘국민 눈높이’에서 공정한지, 여론 상당수는 고개를 젓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무혐의 등 김건희 여사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윤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의 핵심피고인 김만배씨와 “개인적 친분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허위사실 공표로 고발되는 등 6건이 모두 무혐의·각하 처분된 바 있다. 대선 당락에 따라 ‘집권한 쪽은 무죄, 진 쪽은 유죄’란 일각의 시선을 편협하다고만 탓할 수 있겠나.
이 대표가 처한 4개의 사법리스크 파장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최종심까지 차기 대선이 발목 잡힌 혼돈의 정국이 본격화할 것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에 다수가 등돌린 지 오래된 마당에 제1야당의 리더십 위기가 시작됐다. 마음 둘 곳 없는 국민은 참담하다. 분명한 건 극단으로 치닫는 정쟁의 폭주에 국정과 민생까지 흔들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정쟁과 대립을 넘는 여야의 책임 있는 정치가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