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기후변화대응 R&D 사업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중단된 기후변화대응 R&D 사업은 지난해보다 5배가량 더 많았는데, 절반 이상이 '연구비 삭감' 탓이었다.
17일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발간한 '기후변화대응 R&D 사업평가' 분석 보고서를 보면, 기후변화대응 R&D 예산은 올해 2조3,379억 원으로 지난해 2조5,998억 원보다 10.1% 감소했다. 정부의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은 크게 세 가지 전략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혁신생태계 조성'(22.8%) 분야의 삭감 폭이 가장 컸고, '기후변화 적응' 21.6%, '온실가스 감축' 5.5% 순으로 예산이 줄었다. 혁신생태계 조성 분야는 기후기술 산업 활성화와 국민 체감 향상을 목표로 한다. 기후기술 규제를 발굴·개선하고 매년 160명 이상의 기후기술 융합인력을 양성하는 과제가 포함돼 있다.
실제로 올해 중단된 연구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7월 기준 사업이 중단된 과제는 총 24개로 지난해 중단된 과제 5개보다 4.8배 더 많았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중단된 과제가 52개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중단된 과제는 전체의 46.1%에 이른다. 연도별로는 2020년 4개, 2021년 13개, 2022년 6개, 2023년 5개의 연구가 중도에 멈췄다. 올해 중단된 과제는 7월 집계 기준인 만큼 연말에는 더 많을 수 있다.
중단 사유를 보더라도 '연구비 삭감'이 14개(58.2%)로 가장 많았다. 올해를 제외하면 지난 5년간 연구비 삭감으로 연구가 중단된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사업별로는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 10개 △중소기업 넷제로(Net-Zero) 기술혁신개발 2개 △중소기업 탄소중립선도모델 개발 1개 △그린뉴딜유망기업100(R&D) 사업 1개가 예산 삭감 탓에 연구자가 수행을 포기했다. 이 밖에 중단 사유는 연구자 수행 포기 중 '기타 사유' 3개(12.5%), 연구계획 미흡과 연구지침 위반이 각각 2개(8.3%) 등이었다.
문제는 R&D 사업이 중단되면서 '헛돈' 쓴 게 됐다는 점이다. 지난 5년간 기후변화대응 R&D 사업 중 중단 시점까지 지급된 연구비는 총 1,220억 원으로 전체의 34.0%였다. 올해 예산 감소로 인해 중단된 과제에는 65억 원이 지급됐다. R&D 과제가 목표를 달성 못 할 수도 있고, 실패를 용인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지만, 예산 삭감 같은 불필요한 이유로 중단되는 건 피해야 한다는 게 예정처의 시각이다.
예정처는 "예산 삭감으로 연구과제를 중단하는 건 효과성 측면에서도 적절치 못하다"며 "정부는 기후기술에 대한 중장기 관점에서 R&D 투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