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전공의들과 야당의 외면으로 성과 도출에 먹구름이 끼었다. 특히 전공의들이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고 뒤에서 불만을 토로하기만 해서는 돌파구가 마련될 수 없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전면에 나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라는 요구를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의정 갈등 해소 방안을 찾기 위해 꾸려진 여야의정 협의체는 어제 국회에서 첫 전체회의를 열었다. 정부와 여당,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참여하고 있는데, 의사단체의 추가 참여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야당과 전공의 단체의 참여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전공의들의 움직임에 성패가 좌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박단 위원장은 협의체 출범 당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현재 진행 중인 내년 의대 증원을 멈춰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전제조건이다.
이미 수능까지 치르고 입학 전형이 진행 중인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건 박 위원장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라도 일단 협의체에 참여해서 당당히 요구하고 논의하는 게 옳다. 공식적인 활동은 하지 않고, 주요 변곡점마다 페이스북에 몇 마디씩 올리며 냉소로 일관하는 것은 단체장으로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장기화한 의료 공백 사태는 전공의들의 복귀가 핵심적인 열쇠이고, 이로 인해 전공의 대표에게 ‘권력’이 쏠리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 권력을 책임 있는 자세로 쓰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지역 병원의 한 전공의 대표가 “이 중요한 시기에 박 위원장이 협의체 참여를 거부했는데, 이 정도 사안이면 우리의 의사를 물어봤어야 했는데 그런 게 없다”고 불만을 표한 보도를 보면, 전공의들의 의견 수렴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것 같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 대한의사협회가 15명의 비대위원을 두고 이 중 3명을 전공의들에게 할당할 것으로 알려진다. 의협 비대위를 통해서라도 전공의 측의 여야의정 참여가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