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도 트럼프와의 조기 회담 불발… 한미일 관계 다지고 중국과 관계 개선

입력
2024.11.17 16:02
트럼프 측 "취임 전 정상과 회담 없어"
원칙 깨고 아르헨 대통령과는 만나
중일, '트럼프 2기'서 관계 개선 도모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의 조기 회담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내년 1월 취임 전에는 다른 나라 정상과 대면 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탓이다. 이시바 총리는 대신 한국과 미국, 일본의 '3국 안보 공조'를 제도화하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쪽으로 '트럼프 2기 시대'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 '조기 회담'에 부정적"

17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페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5, 16일)와 브라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18, 19일)를 계기로 미국도 방문, 트럼프 당선자와의 대면 회담을 추진했다. 그러나 결국은 트럼프 당선자의 정식 취임(내년 1월 20일) 이후에 일정을 잡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트럼프 당선자 측이 조기 회담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는 '트럼프 2기'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수지 와일스 대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의중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현행법상 민간인은 미 정부의 외교 문제를 타국 정부와 협상할 수 없는데, 트럼프 당선자는 현재 공직을 맡고 있지 않아 '민간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와일스 위원장이 이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얘기다.

요미우리는 일본 외무성 관계자 언급을 인용해 "규율을 중시하는 와일스의 의사가 반영되면서 트럼프 당선자도 취임 전까지는 외국 정상을 만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2016년 11월 대선 승리 후에는 '당선자 신분'으로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첫 대면 회담을 했지만, 이번에는 성사되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불확실한 트럼프 2기 시대'를 예고하듯, 트럼프 당선자는 이미 이 원칙을 깼다. 지난 14일 그는 미국 플로리다주(州)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행사를 통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만나 10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밀레이 대통령은 미국 대선 전부터 줄곧 '트럼프 지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온 지도자를 환대하는 트럼프 당선자의 성향이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시바 "윤 대통령과의 회담 빈도 늘리고 싶다"

이시바 총리는 그 대신, 한일·한미일 관계 강화와 중일 관계 개선에 나섰다. 이날 페루에서 그는 윤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의 위협 증대에 맞서 한일·한미일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NHK방송은 "이시바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빈도를 더 늘리고 싶다'고 말하며 양국 교류 확대 의사를 내비쳤다"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총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페루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열고 3국 협력 방안을 조정할 '한미일 조정사무국'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아사히는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 전 3국 공조의 제도화를 도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후엔 자신의 취임 후 처음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일 정상회담을 했다. 아사히는 "이전과 비교해 회담 일정 조율이 순조롭게 이뤄졌다"며 "중국도 일중 관계 개선 등을 통해 트럼프 당선자 취임 전부터 (트럼프 2기에) 대비하려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