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매서워지면서 나무들은 형형색색의 옷을 벗어던지고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다. 길가에 수북이 쌓인 은행잎을 밟을 때마다 ‘바스락’ 소리와 함께 겨울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지난주엔 절기상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 지났다. 이제 추워진 날씨에 맞춰 겨울나기 준비를 할 시점이다. 단풍이 물들었던 집 앞 나무에도 잎들이 대부분 떨어져나가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그중 한 그루를 자세히 보니 가지 끝에 마지막 잎새가 달려있다. 떨어진 잎들보다 더 쓸쓸함과 허무함을 남긴 채….
가지 끝에 위태롭게 붙어있는 마지막 잎새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닥뜨린 우리들 모습을 빼닮았다. 모든 것이 시들어가고 겨울잠에 들기 전, 앙상한 가지에 매달린 마지막 잎새처럼 우리도 언젠간 세상과 이별해야 한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마지막 잎새는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내려가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그렇게 가냘픈 잎새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다.
‘마지막 잎새’는 삶의 다양한 의미를 담는다. 그것은 희망, 사랑, 헌신, 그리고 인생의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한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마지막 잎새를 지니고 있다. 간직하고픈 꿈, 사랑하는 사람들, 삶에 대한 열정…. 비록 세상은 변하고 모든 건 유한하지만, 우리 안에 있는 마지막 잎새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오듯, 새로운 시작이 잉태된다. 자,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처럼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다시 봄을 맞을 준비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