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링에 오른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58)이 유튜버이자 복서인 제이크 폴(27)과 벌인 복귀전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판정패 했다. 대회 주최 측은 환갑이 가까운 나이에 링에 오르는 타이슨을 배려해 3분 12라운드가 아닌 2분 8라운드로 규정까지 바꿨지만 타이슨은 경기 내내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전설’의 화끈한 주먹을 기대하고 경기장을 채운 팬들은 경기 막판 야유를 쏟아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타이슨은 1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ATT 필드에서 열린 프로복싱 헤비급 경기에서 0-3(72-80 73-79 73-79)으로 폴에게 판정패했다. 이 경기로 폴의 전적은 11승 1패가 됐고, 전 해비급 챔피언 타이슨은 50승 7패가 됐다.
이날 경기는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독점 중계하는 등 큰 관심을 끌었다. 타이슨(2,000만 달러·약279억 원)과 폴(4,000만 달러·약558억 원)에게도 천문학적 대전료가 주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복싱이라기 보다는 쇼에 가깝다는 혹평은 받았다. 타이슨은 1라운드 공이 울린 직후에는 날카로운 펀치를 여러 번 날렸지만, 3라운드부터는 거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주로 이종격투기(MMA) 선수를 상대로 승수를 쌓아온 폴 역시 타이슨을 위협하지 못했다. 3라운드에서 타이슨 얼굴에 몇차례 주먹을 적중시키며 타이슨을 주춤하게 하기도 했지만 다운시키지는 못했다.
폴은 8라운드 마지막 공이 울리기 직전, 양팔을 벌리고 타이슨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이며 타이슨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감동적일 수도 있는 이 장면에 관객들은 환호가 아닌 야유로 답했다.
타이슨이 전날 계체 행사에서 도발하던 폴의 따귀를 때린 것이 이날 뻗은 어떤 펀치보다 위력적이라는 비아냥 섞인 평가까지 나왔다. AP 통신은 "경기 전 타이슨에게 유리한 규정으로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됐지만, 과대광고에 걸맞지 않은 경기력만 남았다”며 “폴이 타이슨에게 경의를 표한 장면에서는 더 화끈한 장면을 원했던 팬들의 야유가 터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기 후 폴은 "타이슨은 항상 내 편이었다. 그와 함께 경기한 것은 영광이며, 그를 사랑한다"고 말했고, 타이슨은 관중의 야유에 대해 "나는 세상을 기쁘게 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