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유종의 미를 거뒀다. 많은 드라마가 후반부로 진입하면서 뒷심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 것과 달리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용두용미의 결말을 선보이며 웰메이드 드라마로 남았다.
지난 15일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마지막 회가 전파를 탔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져가며 심연 속의 진실을 쫓는 부녀 스릴러 드라마다.
이날 하빈(채원빈)은 엄마 지수(오연서)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됐다. 지수는 하빈이 수현(송지현)을 죽였다고 오해해 대신 시체를 땅에 묻었고 성희(최유화)의 압박으로 목숨을 끊었다. 하빈이 성희에게 복수를 하려던 순간 아빠 태수(한석규)가 막으며 딸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남겼다.
이후 태수는 수사를 망친 책임을 지고자 직접 사표를 냈다. 뒤늦게 사건의 전말을 모두 알게 된 부녀는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함께 앉아 식사를 했다. 태수는 그제야 준비했던 생일 선물을 하빈에게 건넸고 두 사람은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달았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일찍이 한석규의 MBC 복귀로 주목받은 기대작이다. MBC 20기 공채 탤런트인 한석규는 '서울의 봄' 이후 30년 만에 다시 MBC로 돌아와 딸을 의심하는 프로파일러 장태수 역할을 선보였다. 한석규의 연기 내공 덕분에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쫓고 쫓기는 추격신이나 자극적인 장치 없이도 밀도 높은 긴장감을 완성했다. 보는 이들은 태수의 시각에서 딸의 행적을 쫓는다. 자연스럽게 인물에 이입해 딸의 범죄를 추측하며 이야기를 따라가기 때문에 회차가 거듭될 수록 드러나는 반전과 사건의 진실이 더욱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여기에 매회 극적인 반전과 추리 전개 모두 완성도가 높아 유입 시청층도 꾸준히 늘었다.
워낙 촘촘하게 설계된 스토리라인 덕분에 '이토록 친절한 배신자'의 원작에 대한 궁금증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MBC 오리지널 작품으로 드라마 극본 공모전 당선작이다. 신인 작가와 감독이 만들어낸 사건 너머에 존재하는 진실을 찾는 부녀의 이야기는 기성 제작진 못지 않은 파워를 선보였다. 특히 송연화 감독은 극중 빛의 명암이나 미쟝센 등을 세심한 시선으로 연출해내며 MBC의 새로운 스타 감독으로 떠올랐다. 앞서 송연화 감독은 단막극 '멧돼지 사냥'으로 일찍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터다. 최근 '옷소매 붉은 끝동'을 연출한 정지인 감독이 MBC를 퇴사한 가운데 새로운 여성 스타 감독이 탄생했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다.
최근의 주말극 시장 지각 변동이 꽤 거세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비롯해 tvN '정년이', SBS '지옥에서 온 판사'와 '열혈사제2'까지, 전혀 다른 장르의 드라마들이 안방극장을 채우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시청층이 1회부터 10회까지 유지됐다는 점이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5.6%로 출발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2회를 제외하곤 단 한 번도 5%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 회에서는 9.6%의 수치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