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의 자산가치 대비 주가비율(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5배다. 자산가치만큼의 기계적 반등을 기대해 볼 만한 수치다. 하지만 '장기 우상향'하는 건전 증시로 탈바꿈하려면 기업과 정부 주도의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진단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됐던 6일 이후 코스피 수익률은 마이너스(-)5.7%를 기록했다. 트럼프 수혜주가 상승하는 '트럼프 트레이드'로 글로벌 자산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컸지만 코스피 약세폭은 유독 컸다. 한국처럼 미국 증시 여파가 큰 아시아 주요 지수 수익률도 홍콩 항셍 -5.4%, 일본 닛케이225 -2.1%, 대만 가권 -2.04%, 상하이종합 -1.6%에 불과했다.
뼈아픈 성적이지만 반등 가능성은 높다는 평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PBR 0.85배면 8월 5일 '검은 월요일', 2018년 저점 수준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악재가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며 "다른 악재가 나오지 않는 이상 지금이 바닥"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다음 달 초 발표 예정인 국내 수출증가율이나 미국 ISM 제조업지수 반전을 기반으로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이 일단락된 후 코스피지수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기계적 반등에 기댄 전망으로 추후 증시가 상향하더라도 '국장 불신'이 해소된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대신증권 이 연구원은 "트럼프 영향력이 컸다면 중국 지수가 더 빠졌어야 했다. 코스피만의 동력에 대한 기대감이 완전히 소멸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악재가 들어오니까 국장이 과민 반응했다"고 첨언했다.
신뢰 회복의 열쇠는 결국 기업과 정부의 증시 체질 개선 의지에 달려있다고 전문가는 입을 모은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양대 증시 10년치 누적 주주수익률(배당수익률 포함)을 계산하니 상장사 52%가 무위험 채권보다 수익률이 낮았다. 그중 40%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주주수익률보다 연평균 10% 이상 높았다"고 연구결과1를 소개했다.
기업이 적극 주주환원했다면 주주수익률 보전이 충분히 가능했다는 의미다. 그는 "주주환원 여유가 있는 기업엔 시가총액 상위 30% 대기업이 포진해 있다"며 "이들이 전향적으로 움직이면 코스피가 우상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애플 '앱스토어'처럼 소프트웨어 등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도 9월 낸 보고서2에서 "무역 갈등으로 상품 교역이 정체되는 데 비해 서비스 교역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짚으며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립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의료, 문화 등 디지털 기반 서비스업 수출 확대"를 제시한 바 있다.
상법 개정 등 주주친화적 지배구조를 뒷받침하는 제도 개편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명목으로 상법이 숱하게 개정돼 왔지만,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순지분율 차이3는 더 벌어지고 있다"며 "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도 겉핥기에 그치지 않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