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2시 16분쯤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표정은 비교적 밝았다. '서초동에 오지 말라'는 자제령에도 일찌감치 응원 방문에 나선 민주당 의원 70여 명과 일일이 웃으며 악수를 할 만큼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날 재판 관련해 유독 말을 아꼈다. 자칫 '사법부 압박'으로 비칠 것을 우려한 '조심스러움'이었다.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폭락한 주식시장 상황을 공유하며 정부 여당을 향해 경제 비상 대책을 촉구할 뿐, 재판 얘기는 전혀 없었다. 국회를 나설 때도 "법대로 하겠죠"라며 차분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오후 재판정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 질문에도 침묵했다. 대표실 관계자는 "차분하게 담담하게 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무죄"를 확신하며 다소 들뜬 분위기였다. "어제 (이 대표의 부인인) 김혜경 여사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건 이 대표에게 오히려 무죄를 선고하기 위한 사전 작업 아니었겠냐"(김준혁 의원)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왔다. 도열한 의원들은 서로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다. "대표님 파이팅", "힘내세요"를 외치는 지지자들의 모습까지 겹쳐 재판정 앞은 마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하지만 채 30분도 안 돼 확신은 충격으로 바뀌었다. 당선무효형(벌금형 100만 원)을 한참 넘어서는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에 의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들어갈 때 엷은 미소를 보였던 이 대표 역시 굳은 표정으로 재판정을 빠져나온 뒤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이 대표는 애써 담담함을 유지했다. 다만 "오늘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다'라며 법원 판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상식과 정의에 입각해서 판단해주시면 충분히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항소를 통해 계속 재판을 받겠다는 뜻이었다. 이 대표는 선고 결과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주변이 소란스럽자 "좀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의원들도 '패닉'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아침까지 무죄를 주장해왔던 의원들은 재판 결과를 묻는 질문에 "나중에 하자", "놀라서 말이 안 나온다" 고개를 저으며 썰물처럼 서초동을 빠져나갔다. 검찰독재대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선고 이후 지지자들과 함께 정치검찰 규탄 집회도 예정했지만, 이마저도 불참할 만큼 충격이 커보였다.
지지자들 집회 역시 힘이 빠지는 분위기였다. 선고 직전 "이재명은 청렴하다" "이재명을 지키겠다"고 목소리 높였던 지지자들은 충격적인 선고 결과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심한 욕설을 하거나, 눈물을 흘리며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내일 광화문 집회 갑시다" 등 서로 독려했지만 침통한 분위기를 이겨내기는 벅차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