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자녀의 동급생이 생활고로 수학여행에 불참할 것을 걱정한 학부모가 비용을 대신 납부한 사연이 전해졌다. 온라인에선 "자녀 친구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다"며 누리꾼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14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린 게시글에서 A씨는 "한 달 전쯤 중학생 아들이 수학여행을 간다는 통지문을 보여줬는데 참여를 못 하는 아이들이 여럿 보였다"고 운을 뗐다. 학부모로서 A씨는 '설마 (여행 경비로 필요한) 금액 때문에 못 가는건 아니겠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무거운 마음을 이기지 못한 A씨는 가정통신문을 받은 다음 날 학교 행정실에 연락했다. 그는 "혹시 비용 문제로 수학여행에 못 가는 학생이 있다면 신원을 밝히지 않고 지원하고 싶다"는 취지의 의사를 전달했다. 그런데 수학여행 출발일이 다가오도록 학교 측에선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A씨는 일부 학생들의 불참 사유가 경제적인 문제가 아닐 것으로 판단하고 마음을 놓았다고 했다.
그러다 여행 출발을 1주일 남겼을 무렵 학교로부터 연락이 왔다. "출발을 앞두고 수학여행비 입금을 독려했지만 여전히 내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학교 측은 미납한 학생들이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의 자녀라고 설명했다.
A씨는 즉시 해당 학생의 이름으로 비용을 송금했다. 그는 게시글에 학교 교감 선생님과 나눈 대화 내용도 '인증샷'으로 첨부했다. 행정실의 입금 사실을 확인한 교감은 A씨에게 거듭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A씨는 선행에 대한 소감으로 "뿌듯하면서도 씁쓸했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대한민국은 잘 사는 것만 (남들에게) 보이고, 자기 자식만 너무 귀하게 여기는 사회(가 된 것 같다)"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정부 관계자들을 향해 "(학생들이) 돈 문제로 밥을 굶거나, 수학여행이라는 인생 최대의 이벤트를 포기하는 일은 없으면 한다"며 "세금이 정말 잘 쓰이면 좋겠다"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