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세쌍둥이를 임신한 산모 A씨는 태아보험에 가입하려 했다가 5곳의 보험사로부터 거절을 당했다. 산모와 태아가 위험군이라 가입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A씨는 "오랜 기간 꿈꿔온 임신인 만큼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처음부터 너무 걱정된다"며 "추후 인큐베이터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임신 기간 내내 마음이 불안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부분의 보험사가 세쌍둥이 이상 다태아라는 이유만으로 태아보험 가입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손해율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입장인데,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다태아 보험에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세쌍둥이 임산부 중 태아보험에 가입한 건수는 5건에 그쳤다. 5건 모두 교보생명 가입자다.
통계청 출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쌍둥이 이상 다태아 출생아 수는 400여 명이었다. 산모 기준으로는 130명 안팎으로, 이 중 대략 4%만이 태아보험에 가입한 셈이다. 세쌍둥이 산모의 경우 태아보험에 가입하고자 하는 수요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입률은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실제 다태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태아보험 가입을 거절당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세쌍둥이 출산모는 "뱃속에 있을 때 보험을 들어달라고 할 때는 거절했다가 아이들이 건강하게 나오니 이제야 어린이보험을 들어주겠다고 연락이 왔다"며 "세쌍둥이는 생기는 것도, 태아보험 가입도 기적"이라고 호소했다.
대다수 보험회사는 세쌍둥이 산모에 대한 태아보험 가입 조건을 매우 까다롭게 설정했다. 특히 태아보험 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현대해상은 임신 35주 이후 가입이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세쌍둥이 산모 대부분이 임신 35주 전 제왕절개를 통해 출산하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가입을 막아놓은 조치다.
삼성화재, KB손해보험, 흥국생명, 메트라이프는 아예 세쌍둥이 산모의 태아보험 가입을 받지 않는다. 교보생명, 삼성생명, 신한라이프는 가입 시기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태아 간 현저한 성장 속도 차이가 있는 등 산모 또는 태아 건강 상태 이상 소견이 있는 경우 가입을 받지 않는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다태아 산모 대부분은 조산하고, 태아들은 인큐베이터에서 두 달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하는 만큼 내줘야 하는 보험금이 확정된 경우가 많다"며 "이런 가입자를 대상으로 보험 상품을 팔기가 어려운 현실적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의 정책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난임으로 인해 시험관 시술을 받는 부부들이 증가하면서 다태아 출생아도 2020년 300명대에서 지난해 400명대로 늘어나는 등 증가 추세다. 이인영 의원은 "금융당국이 나서 태아보험 보장 사각지대를 파악하고, 보험회사가 다태아라는 이유만으로 불합리하게 보험 가입을 거절하지 않도록 인수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세쌍둥이 산모라도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경우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보험사가 가입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