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을 규명할 '김건희 특검법'을 세 번째 강행 처리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재표결 부결로 지난 법안이 폐기된 지 한 달 만이다. 국민의힘은 전원 표결에 불참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 즉각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당론으로 요청했다. '특별감찰관 카드'도 꺼내들며 야당의 특검 공세에 맞섰다. 야당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8일 재표결을 못 박았다. 국민의힘에서 8표가 이탈하면 법은 통과된다.
김건희특검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은 건 이번이 세 번째다. 21대와 22대 국회를 거치면서 세 번 모두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했으며, 앞선 두 번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히면서 결국 폐기됐다.
민주당은 '이번만은 다를 것'이라며 전의를 다졌다. "발의가 아니라 통과가 목표"라며 수사 범위를 대폭 줄이는 과감함도 보였다. 14개에 달했던 기존 특검 대상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의혹으로 한정하고, 특검도 야당이 아닌 대법원장에게 추천하도록 수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이 독소조항이라고 반발했던 부분을 잘라내는 것으로 국민의힘 이탈표를 유도해보겠다는 전략이기도 했다.
물론 국민의힘 반발은 만만치 않다. 당장 특검 공격을 특감 방패로 맞섰다.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일종의 쇄신안이 특감 카드인데, 국민의힘 내 친윤계도 특검의 야당 공세 속 특감 추진을 당론으로 결정하는 데 동의했다. 여기에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도 처음으로 당론으로 요청하기로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한 대표가 특감 필요성에 대해 간략히 말했고, 의원들이 박수로 동의했다"며 "특검 법안과 관련해서는 당론으로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히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국 윤 대통령의 세 번째 거부권 행사를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게 됐다.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 임명은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며 이미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던 데다가, 여당 역시 한마음으로 거부권 행사의 판을 깔아준 셈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민주당은 28일을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다. 당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재표결에 부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은 이날 수정안에서 '독소조항'을 뺀 것이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재표결에서 여당 의원의 추가 이탈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재표결 통과에는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을 해야 하는데, 300명 전원이 참석한다고 가정할 경우 200표가 필요하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최소한 8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4일 진행됐던 두 번째 재표결 당시에는 반대표가 104표로, 최소 4명이 찬성이나 기권, 무효표를 던졌다.
명씨 관련 의혹도 변수다. 곧 명씨의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등 검찰의 수사도 빨라지고 있다. 민주당은 녹취 추가 공개 등도 예고하고 있다. 16일에는 다른 야당과 함께 세 번째 장외집회를 열고 여론전을 펼칠 예정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추가로 공개되고 있는 돈 봉투 문제 등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의원들도 외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 동요와 혼란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그러면서 "혐의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어 여당 의원들도 특검법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여당 내부적으로도 동요와 혼란이 상당하다"면서 재의결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