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연내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수 있다는 전망에 유럽 농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올해 초 EU의 농업 규제 정책에 대한 반발로 EU 전역을 뒤덮었던 대규모 농민 시위가 재개될 조짐이다.
13일(현지시간) 유럽전문매체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이날 농민 200여 명이 참여한 'EU·메르코수르 FTA 반대' 시위가 열렸다. 시위에는 트랙터도 30대가량 동원됐다. EU가 오는 18, 1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메르코수르와의 FTA 체결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이번 시위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EU는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볼리비아로 구성된 메르코수르와의 FTA 협상을 1999년부터 이어 왔다.
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는 메르코수르와의 FTA 협정이 유럽에 이득이라고 본다. FTA 발효 시 인구 약 7억8,000만 명의 남미 시장이 개방되고, 유럽 기업들이 연 40억 유로가량(약 5조9,268억 원)의 관세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이 고조시킨 안보 위협, 중국과의 경쟁 구도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체제에서 예상되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까지 고려하면 경제 교류 파트너를 더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EU 집행위의 판단이다.
그러나 유럽 농민들은 FTA 협정이 유럽 농업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농민단체인 ECVC 소속 피에르 메종은 "남미산 농산물 유입으로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 영세한 유럽 농민들이 죽어 나갈 것"이라고 유로뉴스에 말했다. 유럽에선 사용 금지된 살충제 및 항생제가 남미의 농산물, 가축 등에는 그대로 쓰인다는 점을 근거로 "불공정 경쟁을 초래한다"는 비판도 빗발쳤다. EU 1위 농업 국가인 프랑스의 농민들은 18일부터 대규모 시위에 나설 방침이다.
EU 회원국 내 여론도 양분된 상태다. 프랑스와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이 FTA 체결에 반대하고 있다. 파리기후변화협정, EU의 위생·환경 기준 등을 메르코수르 국가도 동일하게 지키도록 하는 이른바 '거울 조항'을 마련하라는 게 이들 국가의 요구다. 프랑스 상·하원과 유럽의회 의원 622명은 전날 일간 르몽드를 통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앞으로 'FTA 체결 반대' 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