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2023년 고꾸라졌던 실적을 올해 들어 차츰 회복하는데 3분기(7~9월)에는 4년 만에 가장 큰 영업이익을 냈다. 3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취임 이후 속도를 낸 가격 파격, 희망퇴직, 계열사 대표 교체 등 체질 변화가 통한 셈이다.
이마트는 3분기 마트 부문을 따로 집계한 별도 기준 매출, 영업이익이 각각 4조6,726억 원, 1,228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3%, 11.4% 늘었다고 14일 밝혔다. 3분기 영업이익은 2020년 1,401억 원 이후 4년 만에 최대였다. 연간 기준 2020년 2,949억 원을 기록한 이후 내리막을 걷다 지난해 1,880억 원까지 떨어졌던 영업이익은 바닥을 쳤다고 볼 수 있다.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950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수준을 앞섰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점포인 할인점보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 뛴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의 선전이 눈에 띈다. 다른 계열사를 더한 전체 이마트 연결 기준 영업이익도 1,117억 원으로 43.4% 늘었다.
이마트는 정 회장 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실적 개선이 뚜렷해졌다고 평가했다. 우선 실적 반등 요인으로 질 좋은 상품·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본업 경쟁력 강화가 꼽힌다. 이마트는 연초부터 다달이 50여 개 품목을 최저가 수준으로 판매하는 가격 파격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11월에는 양파 3kg, 국내산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정상가에서 각각 25%, 31% 할인한 4,980원, 1,090원에 팔고 있다.
3월 창립 첫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가벼워진 몸집도 탄탄한 실적으로 이어졌다. 정 회장은 이마트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한채양 대표를 지난달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힘을 실어줬다. 한 대표는 이마트를 이끌기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본업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계열사로 넓혀보면 아픈 손가락이었던 쓱닷컴의 3분기 영업적자가 지난해 307억 원에서 올해 165억 원으로 줄어든 게 고무적이다. 정 회장은 6월 쓱닷컴 등 실적 부진 계열사 수장을 교체하는 충격요법을 썼다.
쓱닷컴은 이날 재무적 투자자(FI)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에서 '올림푸스제일차'로 교체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올림푸스제일차는 1조1,500억 원에 쓱닷컴 지분 30%를 갖게 된다. 이에 따라 기존 FI와 '풋옵션1 분쟁'에 노출돼 있던 쓱닷컴은 위험 요인을 지웠다.
이마트 관계자는 "가격 주도권 확보, 고객 중심의 리뉴얼 등 본업 경쟁력 강화가 실적 개선 원동력"이라며 "앞으로도 본업에 초점을 둔 구조 개혁과 체질 개선을 지속 추진해 수익성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