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최측근 극우 강경파’ 맷 게이츠(42) 연방 하원의원(공화·플로리다)을 차기 행정부 초대 법무장관에 13일(현지시간) 지명했다. 또다시 ‘40대 젊은 충성파’를 내각 요직에 기용한 것이다. 변호사 출신이긴 해도 사법 기관을 이끈 경험은 물론 판검사 경력도 없는 게이츠의 발탁은 법 집행의 중립성 확립보다 거침없는 정치 보복을 노린 포석으로 해석된다. “충성심만 고려한 인사의 결정판”이라는 혹평마저 나온다. 미국 정치권 주류의 세대 교체 신호로만 보기에는 무리라는 얘기다.
이날 공개된 트럼프 2기 행정부 각료 명단은 법무장관과 국무장관,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이다. 가장 눈에 띄는, 그리고 논쟁적인 인선은 법무장관이다. 공화당 초강경 극우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의 핵심인 게이츠가 낙점된 탓이다. “법무부의 조직적 부패를 근절하고, 법무부가 범죄 소탕과 민주주의·헌법 수호라는 진정한 임무로 돌아가게 만들 적임자”라는 게 트럼프의 설명이다.
또 하나의 ‘깜짝 지명’이다. 게이츠는 평판 좋은 인물이 아니다. 일단 이념적으로 극단적인 우파다. 의견 관철 방식도 아주 거칠다. 지난해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연방 하원의장 축출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쫓겨난 케빈 매카시 하원의원은 같은 공화당이었다. 맥스 밀러 하원의원(공화·오하이오)은 뉴욕타임스(NYT)에 “게이츠가 없으면 하원이 더 잘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덕성도 논란거리다. 게이츠는 2008년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된 전력이 있고, 2017년 17세 소녀에게서 성매수를 한 혐의로 조사받기도 했다. 불법 약물 사용, 선거 자금 전용 등의 의혹도 제기됐다.
트럼프의 게이츠 발탁 의도는 ‘법무부 손보기’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트럼프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그의 지명 소식과 함께 “사법 시스템의 당파적 무기화를 종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슈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자신에 대한 형사 기소 4건이 민주당 정권의 사법 무기화 탓이라는 게 대선 유세 내내 트럼프가 반복한 비판이었다.
법무부를 활용해 정치 보복을 하려는 심산일 수도 있다. 크리스 머피 연방 상원의원(민주·코네티컷)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정적들을 상대로 대통령 직권을 사용하겠다는 (트럼프의) 의지가 결실을 보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부처 장악에는 ‘말 잘 듣는’ 장관이 필수적이다. 게이츠는 트럼프가 정계에 막 진출했을 때부터 열렬히 지지한 친(親)트럼프 정치인이다. WSJ는 “트럼프는 수년간 자신을 괴롭힌 법무부를 통제하에 두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42세 게이츠는 부처를 맘대로 부리도록 해 줄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측근 전략가 스티브 배넌은 이날 NBC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소형 화염방사기(blowtorch)로 법무부를 때릴 텐데, 게이츠가 그 화염방사기”라고 말했다.
젊은 충성파 기용은 게이츠만이 아니다. 이날 DNI 국장에 지명된 털시 개버드 전 연방 하원의원은 43세, 전날 국방장관으로 내정된 폭스뉴스 진행자 피트 헤그세스는 44세다. 집권 1기 시절 트럼프는 자신의 충동적 정책 결정을 제어한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등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과 마찰을 빚었다. 이제는 자신의 뜻에 반하는 조언이나 고언을 아예 안 듣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조지 W 부시(공화) 행정부의 국방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에릭 에덜먼은 폴리티코에 “‘TV에서 얼마나 트럼프를 옹호했느냐’가 인선 기준”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잇단 파격 지명의 후폭풍이다. 수전 콜린스 연방 상원의원(공화·메인)은 NYT에 “인준 청문회에서 (게이츠에 대해) 분명 많은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상원 인준 절차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