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일상품이 된 거울은 17세기만 해도 귀족들만 쓰던 사치품이었다. 유리 세공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거울이 라파엘로의 그림 한 점보다 비싸게 팔렸을 정도다. 프랑스 정부가 베네치아에서 영입한 거울 장인들이 갑작스럽게 죽는 일도 있었는데, 거울 제작술을 독점하려 했던 베네치아 정부가 암살한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아름다운 물건들에는 인간의 욕망이 투사되기 마련이고 아름다운 겉모습 뒤엔 음습한 욕망이 뒤엉킨 추한 역사가 있다. 다이아몬드가 ‘영원하다’는 광고 문구와 함께 가장 아름답고 가치 있는 보석으로 사랑받은 이면엔 수많은 광산 노동자의 죽음이 있고, 향수 산업의 성장의 뒤편엔 사향노루, 사향고양이, 고래를 잔혹하게 도살한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
저자인 미국 작가 케이티 켈러허는 우울증으로 삶에 대한 의욕을 잃은 자신을 움직이게 했던 건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어린 시절 들여다보던 거울을 시작으로 다이아몬드, 화장품, 향수, 실크 등을 거쳐 최근 집착하기 시작한 대리석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욕망했던 순서대로 인류가 탐한 아름다운 물건들에 얽힌 '추한 역사'를 짚는다.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저자의 개인적인 삶을 투영시킨 내용이 많아 에세이로 읽히기도 한다. 향수에 얽힌 추한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어떻게 향수에 빠져들었는지 언급하는 식이다.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은 때로 삶의 이유가 되기도 하고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해주는 증표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세상의 아름다운 물건들이 인간의 어두운 욕망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어쩌면 그것이 아름다움의 본질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아름다움의 본질을 이해하며 보다 윤리적인 소비를 하길 바란다는 마음도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