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여진 남았는데 미 물가까지 오르나... 추락하는 한국 증시

입력
2024.11.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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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회귀한 코스피, 700선 내준 코스닥
'대장주' 삼성전자는 5만 원 사수도 위태
트럼프발 물가 우려로 달러·금리 고공행진
10월 미 CPI 예상 웃돌면 시장 부담 커질 듯

한국 증시가 연일 바닥을 뚫고 추락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집권과 공화당의 의회 장악이 현실화한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미 달러와 국채 금리 고공행진 속 물가 경계감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5.49포인트(2.64%) 급락한 2,417.08에 거래를 마쳤다. 1년 전 이날(2,403.76) 이후 가장 낮은 종가다. 전날 1.94% 하락하며 2,500선을 내줬던 코스피는 장중 2,415.77까지 밀리며 2,400선을 겨우 사수했다. 외국인이 7,139억 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린 결과 코스피 시가총액은 1,970조6,632억 원으로 8월 5일 ‘검은 월요일’ 이후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밑돌았다. 코스닥은 20.87포인트(2.94%) 내린 689.65에 마감하며 2개월 만에 700선을 내줬다.

특히 ‘대장주’ 삼성전자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장중 5만500원까지 추락하며 2020년 6월 15일(4만9,900원) 이후 4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8일부터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 중인데 ‘4만 전자’는 시간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편관세 등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이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린 상황에서 고환율·고금리가 투심을 더욱 짓누르는 모습이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환차손을 우려한 ‘큰손’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팔고 떠날 공산이 커진다. 계속된 '트럼프 트레이드'에 12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106.18까지 오르며 5월 1일(106.4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원·달러 환율도 이날 개장 직후 1,410.6원까지 상승, 2022년 11월 7일(고가 1,413.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찍었다. 주간거래 종가는 1,406.6원으로 2022년 11월 4일(1,419.2원)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에 발맞춰 국채 금리도 튀어 올랐다. 간밤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전 거래일 대비 0.125%포인트 오른 4.434%를 나타냈고, 2년물 금리는 4.344%로 뛰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를 늦출 것이란 우려가 커진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확률을 62.1%, 그대로 유지할 확률을 37.9%로 보고 있다. 한 달 전과 비교해 인하 확률은 22.3%포인트 떨어지고, 동결 확률은 22.9%포인트 올랐다.

13일(현지시간)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경계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지난달 CPI가 전년 대비 2.6%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눈앞의 급한 불을 꺼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밤 발표되는 미 CPI가 예상치에 부합하면 시장 안정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금리인하 기대를 재차 후퇴시켜 시장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금과 12월 사이에 물가 상승률이 오르는 ‘서프라이즈’를 볼 경우 금리 인하를 잠시 멈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