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숙종 17년 음력 10월 18일엔 이런 기록이 있다. '부산 동래부에서 밤 하늘에 붉은 빛 한 덩어리가 있었는데 별도, 구름도 아닌 바리때(사발) 모양이 흰 명주로 변해 서쪽 하늘로 가로 뻗쳐 일곱 마디 굴곡을 이루다가 사라졌다’는 내용이다. 학계에서 '오로라'로 본다. 태양에서 뿜어져 나온 에너지 입자가 지구 대기와 부딪쳐 빛을 내는 현상으로 위도 60도 이상 고위도에서나 나타난다.
□ 태양의 대기 바깥쪽인 코로나에서 플라즈마와 에너지 입자를 쏟아내 지구 자기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지자기 폭풍, 태양폭풍, 코로나 질량 방출 등 여러 이름이 붙어 있다. 오로라는 그에 따른 두드러진 현상이다. 11년 주기인 태양 흑점 폭발과 연관돼 강력한 태양폭풍이 불 때 우리나라와 같은 중위도 지역에서도 오로라가 보인다. 태양폭풍 최고단계인 G5가 발령된 2003년 10월 말 경북 영천의 보현산 천문대가 붉은색 오로라를 처음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21년 만인 올 5월엔 강원도 일대에서 관측됐다.
□ G4나 G5에서는 태양풍 가속이 평소 두 배인 초속 500km 이상이라 전파 교란이 극심해지는 게 골치다. 핼러윈 시기에 맞물려 '핼러윈 폭풍'으로 불린 2003년엔 북유럽 스웨덴에서 정전 사태가 일어났고, 남아공에선 전압기가 터졌다. 상당수 인공위성에 통신장애가 생겼고 일부는 손상을 입었다. 올 5월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인공위성 기반 인터넷 접속서비스인 스타링크가 성능저하 현상을 보였다고 한다. GPS시스템엔 위치 오차가 크게 난다. 인류가 전기를 사용한 19세기 이후 태양폭풍 피해가 많았다.
□ 한국천문연구원이 미국 나사와 공동개발한 태양코로나그래프(CODEX)가 지난 12일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돼 태양 관측 임무를 수행한다고 한다. 코로나 관측용으로 특수 제작된 망원경이다. 연구팀은 CODEX가 보내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태양풍 가속 과정과 코로나 가열 메커니즘을 정밀 분석하게 된다. 우주 날씨에 예민해야 하는 우주시대에 우리 과학기술의 기여도를 보여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