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후 군 수뇌부를 겨냥한 대대적 숙청에 나설 것이라는 미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고위급 장성을 빠르게 해임할 수 있는 위원회 설립에 착수했다는 내용이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이었던 군 지도부 제거 의도라는 우려가 크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직 인수팀이 현역 3·4성 장군들의 리더십을 검토해 부적격자에게는 전역을 권고하는 '전사위원회'(warrior board) 조직을 설치하는 내용의 행정명령 초안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퇴역 장군들로 구성된 전사위원회가 부적격 평가를 받은 장군에 대한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지목된 장군은 30일 이내 현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게 명령 초안의 골자다. 대통령이 국방부의 정기 승진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사위원회를 통해 군 장성들을 자유롭게 해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국방부 안팎에선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새 대통령 집권 이후에도 임기를 보장받는 인사 관례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찌감치 제기됐다. WSJ는 군내 다양성을 추구하는 등 평소 진보 성향을 드러내 온 이른바 '워크(woke·깨어 있다는 뜻) 장군'들이 해당 위원회의 타깃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트럼프 당선자도 재집권 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군대 내 다양성 중시 정책을 없애기 위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WSJ는 지난해 10월 부임한 찰스 브라운(62) 미 합참의장이 '숙청 1호'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군 내 다양성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만큼 경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브라운 합참의장은 고인이 된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에 이은 두 번째 흑인 출신 미 합참의장이다. 그는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2020년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대해 공개 발언하며 흑인 전투기 조종사로서 받았던 차별을 토로해 세간의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미군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충성파' 인사로만 채우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에릭 카펜터 플로리다국제대 교수는 전사위원회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예스맨'이 되지 않겠다는 사람들을 제거할 준비를 하는 것 같다"며 "법률이나 윤리에 따라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을 해고하면 누구든 해고할 수 있게 된다"고 WSJ에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