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한 달 사이 다섯 차례나 태풍이 덮치면서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지 정부는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식량을 비축하는 등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구조 작업과 잦은 대피로 구조대와 시민들의 ‘태풍 피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필리핀 매체 필스타 등에 따르면 필리핀 국가기상청은 25호 태풍 ‘우사기’가 수도 마닐라 동쪽 해상에서 북서진 중이라며 이르면 14일 섬에 상륙 예정이라고 전했다.
23호 태풍 ‘도라지’가 지난 11일 북부 바타네스섬과 루손섬에 상륙했다가 다음 날 벗어난 지 이틀 뒤 또 다른 태풍이 오는 셈이다. 앞서 태풍 '짜미'(지난달 22일), '콩레이'(지난달 29일), '인싱'(이달 7일)까지 잇따라 상륙한 점을 감안하면 약 3주 사이 5번째 태풍이 필리핀을 강타하게 됐다.
짜미 이후 필리핀에서는 최소 159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부상을 입었다. 강풍을 동반한 태풍으로 홍수와 산사태가 일어나 마을이 침수되면서 매번 취약 지역 주민 2만~4만여 명이 대피해야 했다.
‘우사기’가 태평양을 지나며 더 강하게 발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필리핀 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태풍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마을 수천 곳에 대피령을 내리고 학교와 관공서 문도 닫았다. 비상식량을 비축하고 군에 구조 작업 투입 대기 명령을 내렸다.
잇따르는 재해에 재난 대응 인력과 시민들 피로는 상당하다. 앞서 발생한 태풍 피해 복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또다시 피해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아리엘 네포무세노 정부 민방위국 국장은 “며칠 간격으로 반복되는 수색·구조 작업으로 구조 대원들이 지치고 매주 집을 떠나야 하는 주민들은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며 “재난이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심리사회적 영향도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필리핀 보건부는 태풍 피로와 번아웃(무기력) 상황을 추적하고, 대피소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상담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필리핀에는 매년 평균 20개의 태풍과 열대성 폭풍이 강타한다. 그러나 이번처럼 짧은 기간 여러 개의 태풍이 몰리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미국 CNN방송은 “화석연료 사용과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극심한 기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