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정세 변화 등을 이유로 내년도 예비비를 14% 증액해 4조8,000억 원을 편성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13일 예비비 절반을 삭감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정부 예비비의 절반인 2조4,000억 원을 감액해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예비비 삭감에 반대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여당이 반발하면서 이날 예정된 기재위 전체회의는 기약 없이 밀렸다.
예비비는 일종의 '국가 비상금'으로 용도를 정하지 않고,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마련해 두는 정부 예산으로 기획재정부 장관이 관리한다. 일반 예산과 달리 국회가 사용 내역을 사전에 검증할 수 없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정부는 지난해 대통령실 용산 이전 관련 비용으로도 650억 원을 써 도마에 올랐다.
앞서 기재부는 내년도 예비비를 올해보다 6,000억 원 증액하면서 미 대선 등 국제정세 변화와 재난·재해 등 불확실성 확대, 감염병 유행 가능성 등을 근거로 댔다. 야당은 코로나19 이전 예비비 규모가 3조 원 수준이었고, 코로나19 영향이 줄어든 2023년에 예비비 4조6,000억 원을 편성했지만 이 가운데 집행된 예비비가 1조3,000억 원(집행률 약 28.5%)에 그쳤다며 예비비가 과도하게 편성됐다고 주장해 왔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02년 월드컵, 코로나19 시기 등을 빼놓고 예비비는 통상 3조 원 내에서 변함이 없었다"며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서만 4조 원 넘게 편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